권김현영 연구활동가가 미투 운동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지환 기자
권김현영 연구활동가가 미투 운동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지환 기자

위안부 피해자부터 미투까지
여성 발화의 역사와 미래

지난 10일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B601호에서 '여성 발화의 역사 그리고 지금'을 주제로 오픈 세미나가 개최됐다.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인권센터 ▲일반대학원 학생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여성 발화의 역사에 대한 강연과 ‘Me Too(미투)’ 운동 그 이후에 대한 발제로 진행됐다.

  1부 강연에는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연사로 참여했다. 강연은 ‘여성 성폭력 발화의 역사’를 주제로 왜 여성들은 말하지 않았는가, 여성 말하기의 역사와 그 의미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는 이유를 7가지로 꼽았다. ▲주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속해있는 집단을 지키기 위해서 ▲성폭행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들을까 봐 ▲주변의 반응을 생각하느라 ▲또 다른 불이익을 받을까 봐 ▲아주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서 ▲말하라고 격려 받지 못했기 때문 등이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왜 말하지 않았는가를 알아야 지금의 미투 운동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여성의 말하기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초기의 말하기는 배봉기·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이다. 지난 1975년 배봉기 할머니는 한반도 출신 여성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최초로 증언했고 이후 16년이 지난 1991년 김학순 할머니 역시 피해 사실을 밝혔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할머니들의 증언이 널리 퍼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 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듣는 사람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후 본격적인 여성의 말하기가 나온 것은 지난 2003년 제1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때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대회가 꾸준히 이어지며 여성 발화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왔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성폭력 피해 말하기가 시작됐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해시태그 운동을 기점으로 집단적이고 공동적인 말하기가 촉발됐다”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엘리엇 로저가 여성들이 자신을 만나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6명을 살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SNS에서 이 사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남성혐오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NotAllMen’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이에 대응해 여성들은 ‘#YesAllWomen’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일상 속에서 겪는 여성혐오와 성차별 경험을 이야기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이후 2015년 ‘#나는_페미니스트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거쳐 2016년 웹툰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이어지며 문단과 예술계에서의 말하기로 확장됐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현해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미투 운동은 공유된 여성 억압에 호소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공동체의 존재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은 남성 중심적 질서와 성폭력에서 벗어나도록 각성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여성의 말하기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며 “공동체는 여성의 말하기를 막는 장애 요소에 대한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2부는 '여성의 말하기, 그 이후'에 대한 교내 3개 단체의 발제로 진행됐다. 성평위는 성폭력 사건을 그저 개인적인 문제로 본다면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공동체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교지 ‘녹지’는 여성 발화의 역사를 따라 녹지도 함께 변해왔다며 앞으로도 여성주의 담론 형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일반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성폭력 사건 비대위원회는 성폭력 후속 처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발제했다.

  강연에 참석한 A학생은 “이번 강연에서 ‘성폭행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나도 소리 내 말할 수 있는 존재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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