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누구와 함께 길을 걷는지에 따라 그 길이 즐겁기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죠. 누구와 함께 연구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도달하는 길이 험난할 수도 순탄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제자들과 함께 자유롭게 소통하며 연구의 먼 길을 무사히 달려 결승점을 통과한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최근 ‘도시화와 피부 미생물 생태계 간 관계’를 밝혀낸 설우준 교수님(시스템생명공학과)인데요. 교수님의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리는 등 학계의 주목받았죠.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봄 햇살이 실험도구를 따스하게 감싸던 연구실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중앙대에서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본다면 어떤 장면이 떠오세요?

  “처음 부임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빈 사무실에 아무것도 없고 책상과 책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한 학기 동안 지냈어요. 약간 수련하는 듯한 느낌이었죠.(웃음) 많이 외로웠어요. 지금은 썰렁하던 연구실에 대학원생들과 함께 있어서 좋아요.”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나요?

  “처음 부임한 날 연구실 문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던 학생을 잊지 못해요. 실험 실습 담당 교수를 맡아달라며 무작정 찾아왔죠. 그때 인연을 시작으로 그 학생은 지금 박사과정까지 저와 함께 걷고 있어요.” -정말 특별한 인연이네요! “그렇죠. 제가 학교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나 지금까지도 같이 연구하는 사이예요. 지금은 극지연구소에서 파견 연수생으로 연구하고 있죠. 물론 저희 실험실에 있는 학생 모두가 다 좋아요.”

  -학생들과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연구를 함께 하는 입장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가 억압적이고 교수가 일방적인 지시만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고 독창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항상 자유롭게 토론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교수님의 실험실은 가족 같은 분위기겠어요.

  “맞아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죠. 학생과 교수의 관계보다는 동료로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이를 위해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 분위기 덕분인지 최근 도시화와 피부 미생물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들었어요.

  “뭔가를 바라고 시작한 연구는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않게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피부 미생물 생태계란 무엇인가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피부엔 박테리아와 곰팡이, 바이러스 등 많은 미생물이 엉켜 살고 있어요. 이를 통틀어 피부 미생물이라고 해요. 이러한 미생물의 집합체가 바로 피부 미생물 생태계죠. 미생물은 피부를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면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도시화 정도와 피부 미생물 생태계 간 관계를 밝혀내셨다고요.

  “맞아요. 중국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화 정도에 따라 피부 미생물 생태계가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죠. 도시화 정도가 높을수록 미생물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는 결국 피부 질환의 발병 확률을 높여요.”

  -도시화 정도가 높을수록 피부 미생물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약한 이유가 궁금해요.

  “미생물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미세먼지나 아황산가스, 매연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죠. 또 도시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씻고 실내생활을 많이 한다는 점도 중요해요. 생물학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을 접하는 게 건강에 이로워요. 하지만 비누로 몸을 씻고 외부 공기가 걸러져서 들어오는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다양한 미생물을 접하지 못하죠. 결국 몸을 깨끗하게 할수록 피부 미생물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약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에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가설을 세우는 일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미생물 생태학 연구는 일반적인 연구 방법과 다르거든요. 특정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게 아니라 우선 자료를 수집한 후에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가설을 뽑아내는 것이죠. 그런 다음 그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보고 틀리면 또 다른 가설을 세우는 과정을 반복해요.”

  -일종의 역주행과 유턴을 반복한 셈이네요.

  “맞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내용이 있을지 분석해야 하죠. 자료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가설을 제시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어떤 가설을 세워야 할까’를 생각해 내는 것이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중앙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학생들은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자신감 없이 ‘나는 안돼요’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을 볼 때마다 안타까워요. 사실 세상엔 안 되는 일이 없거든요. 안 했을 뿐이죠.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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