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미투)’ 운동의 시작으로 주체와 대상을 막론한 성폭력 관련 사건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중앙대도 이에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하지만 대표자들의 단호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대 징계위는 성폭력 의혹 및 연구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A교수에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서울대 총장은 징계 결과가 사안에 비해 경미하다며 징계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정확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총장의 단언에는 조직 내에서 추악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대표자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총장의 발언 이후 총학생회는 해당 교수를 면직시키라는 입장문을 올렸으며 징계위는 해당 교수 징계 결과를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대표자의 정확한 사건 인지와 단호한 태도가 과소평가된 처분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11월 스웨덴에선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놀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18명의 여성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일이 있었다. 아놀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림원은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한림원 종신회원 6명은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 반응을 보인 한림원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조직에서 탈퇴했다. 그 결과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선정과 시상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 관련 사건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한림원이 맞이한 불명예스러운 결말이다.

  성 관련 사건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표자의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 우선 대표자는 조직에서 성 관련 사건 발생 시 문제가 발생했음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대표자의 인정 없이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조직의 대표자는 성 관련 사건 앞에서 유독 쉬쉬거리는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조직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명예가 훼손된다는 조잡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성원은 정직한 리더를 신뢰한다. 대표자는 사건을 외면, 축소, 은폐하는 대표자가 자격 미달이며 쉬쉬거리는 대표자의 태도야말로 불명예의 대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중앙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많은 대표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총 322명의 교수 및 강사는 ‘성평등·인권존중 캠퍼스 문화 구축을 위한 교수들의 다짐’을 각 건물에 게시했다. 교무위원회도 지난 3월 13일 ‘차별 없는 클린캠퍼스’ 조성 선언을 발표했다. 성평등 인식을 고취하고 성 관련 사건 발생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이러한 다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미 발생한 사건을 확실하게 짚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 대표자가 조직 내에서 잘못이 발생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태도는 해당 조직 안에서 성 관련 사건을 절대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구성원들이 대표자를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의 근간이 된다. 교내 대표자들은 교내에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성 관련 사건 발생을 인지하고 범죄자에게는 추호의 용서와 관용도 없다는 대표자들의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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