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꿔지지 않는 침해의 늪
  • 민용기 기자
  • 승인 2018.04.09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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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를 ‘공유’로 매도하는 사회

‘저작권이 곧 연금이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쓰이기 무색하게 우리 사회에 저작권 불법 침해 행위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오늘날 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

  책 도둑도 도둑이었다

  “창작이 있는 한 불법은 항상 존재해왔어요. 사회에 ‘불법 저작권’이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있죠.” 윤선희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시기의 어떤 국가에서든 저작권 침해 행위가 존재했음을 설명했다.

  한국 또한 오랫동안 미숙한 저작권 인식 수준을 유지해왔다. 윤선희 교수는 저작권에 대한 부족한 교육이 잘못된 인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학교에서 무형자산에 대한 교육을 받지만, 예전에는 그런 교육이 없었죠. 지식을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라 배웠어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란 속담이 있던 것처럼 지식이나 아이디어 같은 무형 재산은 공유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윤선희 교수는 불법 복제 행위가 한국에선 오히려 일종의 정을 나누는 행위로 여겨졌음을 이야기했다. “외국 서적이 비싸니까 대학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사서 복사집에 맡겨 두기도 했어요. 한 권에 몇십만원하는 외국책이 특히 그 대상이었죠.”

  부족한 저작권 보호 인식은 주로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성숙해진다. 성동규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자본주의와 함께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인식이 향상하면 저작권 또한 자연스럽게 보장받는다고 설명했다. “경제발전 과정을 거친 우리나라는 창작물에 대해 인정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어요.”

  저작권이 무형 재산으로서 갖는 특성 또한 저작권 침해 문제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저작권은 형태가 없는 비물질적인 재산이라 침해 정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윤선희 교수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 피해를 인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이 없어져도, 누군가 저작권을 훔쳐가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어요. 눈에 보이는 저작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거든요.”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유통구조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중간업체가 개입해 저작물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구매에 있어 부담을 느낀다. 윤선희 교수는 불필요한 유통구조가 만들어낸 가격거품이 소비자를 불법 공유 사이트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은 소비자가 불법적인 경로로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유인해요. 소비자를 합법적인 저작물 구매 통로로 이끌려면 합리적인 가격을 정하는 게 중요하죠.”

  성동규 교수는 오늘날 한국은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관련 교육도 시행되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저작권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된 편이에요. 하지만 SNS 같은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저작권 침해가 많이 성행하고 있죠.” 불법 복제가 위법행위라는 인식은 퍼졌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여전히 불법 저작물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져가는 범죄자의 무대

  정보통신기술 발달은 사람들이 자신의 저작물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불법 복제가 성행하도록 돕는 창구 또한 정보통신의 기술이라는 게 윤선희 교수의 설명이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저작권이 생겼다면 불법 복제가 생긴 이유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이에요. 옛날처럼 손으로 베껴 쓰는 대신 복사기나 카메라, 휴대전화 등으로 창작물을 손쉽게 복제하죠.” 그는 대중문화 같은 미디어 분야에서 유독 불법 유통이 자행되는 이유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이라 덧붙였다.

  다양한 통신수단에서 불법 복제 및 공유가 이뤄지자 정부 또한 대응에 나섰다. 2000년대 초에는 국내 최대 P2P 사이트인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로 이와 관련한 단속·수사가 강화됐다. 또한, 웹하드를 통한 저작물의 불법 유통이 증가하자 2012년에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정부의 제도변경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퍼지는 불법 저작권을 막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만큼 새로운 불법유통경로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단속 수사를 강화하자 서버를 해외로 두는 매체가 등장하기도 했죠.”

  성동규 교수 역시 제도적 해결로 저작권 침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웹에서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이다 보니 완벽한 차단이 어렵죠. 완벽한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규제와 함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해요.”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제도를 뒤따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 보장하는 ‘익명성’ 또한 창작물을 대하는 대중의 비합리적 행동의 원인이 된다. 성동규 교수는 개인의 인터넷 활동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불법 복제 행위는 단속으로 막을 수 있죠.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익명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이를 일일이 잡는다는 건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죠.”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인식·기술·구조적 문제가 저작권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맞물린 저작권 침해의 톱니바퀴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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