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멋을 맛보다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4.0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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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향순 중앙무용단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메인 스테이지. 하지만 무대 주인공의 뜨거운 열정은 조명과 관심이 꺼진 백스테이지에서도 계속됩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메인스테이지 뒤 중앙인의 시간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여섯번째 주인공은 바로 무용전공의 ‘채향순 중앙무용단’입니다. 한국무용이 생소하게 느껴지거나 어렵게 다가오는 분은 이번 백스테이지를 주목해주세요. 지난 2일 대부분 강의실이 불이 꺼진 늦은 저녁 시간 805관(공연영상관 1관) 음향실에서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열정을 느끼고 왔습니다!

‘채향순 중앙무용단’은 채향순 교수(무용전공)가 이끄는 무용단으로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그의 제자들로 구성돼있다.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올해 상반기 스케줄은 국내외 굵직한 공연들로 가득 차 있다. 다음달 4일 KBS ‘국악한마당’ 공연에 나서고 오는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는 공연차 중국 연변에 갈 계획이다. 연변가무단, 연변예술대학과 협동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채향순 교수는 연변에서 진행할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중앙무용단 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표 민요 ‘아리랑’을 배울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연변은 공항에 도착하기만 해도 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에요. 연변에선 가는 곳마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죠. 한국 전통문화가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연변이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매일 오후 5시30분부터 만족할 때까지 연습하는 열정 가득한 채향순 중앙무용단. 그들이 알려주는 한국무용의 멋을 맛보자!

  Welcome to 한국무용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 7시. 노란 빛깔을 뽐내는 공연영상관 1관 앞에 섰다. 구수한 전통 음악 소리가 창밖 너머로 들려온다. 정신없는 대중가요와 달리 차분하지만 울림 있는 소리다.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6134-1호 ‘음향실’ 안에는 검은 연습복을 입은 선녀가 가득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모양과 수수한 검은색 옷이 한국무용의 멋을 ‘스포’했다.
  채향순 교수가 거울을 등 뒤에 지고 학생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들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채향순 교수도 팔을 살짝 움직인다. 학생들은 교수의 안무를 ‘커닝’ 하지 않아도 막힘없이 동작을 연결한다. 기자도 신발을 벗고 교수 옆에 조용히 앉아 정면에서 연습 과정을 숨죽여 보기로 했다. 기자에게 건내준 커피잔도 예사롭지 않다. 전통미를 물씬 풍기는 차 받침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커피잔이 한국무용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하는 듯했다.

  북을 울려라! 둥둥!
  연습실 한쪽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북이 가지런히 나열돼있다. 학생들이 양손에 북채를 잡고 북 앞에 선다. 학생들은 바퀴가 달린 북을 잡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느새 한 줄에 8명씩 3줄을 만들었다. ‘둥둥!’ ‘풍고’가 시작됐다. 채향순 중앙무용단이 본격적으로 연습에 열을 가한다. 풍고는 북의 리듬을 통해 한국여인의 강인함을 표현한다.
  북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심장이 쿵쿵 울릴 정도로 북소리가 음향실을 가득 메운다. 학생들은 손아귀에 힘을 가득 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간격 줄여, 간격!” 채향순 교수가 조언을 건네자 학생들은 당황하지 않고 미묘한 움직임으로 줄 간격을 줄였다. 역시 공연을 한두 번 서본 솜씨가 아니다. 여학생들의 두 팔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이 신기해 홀린 듯 풍고를 감상했다. “어-이!” 중간중간 기합 소리를 넣는 학생에게서 ‘걸크러시’가 느껴졌다. ‘오늘부터 중앙무용단 팬할래♡.’
  학생들이 일제히 북의 가장자리를 치니 소리가 얇게 변했다. 여학생들 옆으로 남학생이 북을 밀고 들어와 합세했다. 북소리는 더 커져 건물 전체를 울렸다. 북을 치며 곁들이는 부드러운 춤은 화룡점정! 단아한 인사로 풍고의 끝을 맺었다.

  엿가위로 흥 돋우기
  풍고가 끝났다. 열심히 북을 친 덕에 발그스레 상기된 얼굴이 마치 볼 터치를 한 듯했다. 숨이 가쁜 학생들이 잠깐 정수기로 발걸음을 옮겨가 각자 물병을 집어 든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을 꿀꺽한다. 연습실 곳곳에는 물병이 즐비했다.
  음향기기를 담당하는 학생이 다음 노래를 틀자 학생들은 물병을 내려놓고 ‘흥 제조기’ 엿가위를 집어 든다. 풍고로 한국무용을 조금 맛봤다면 ‘엿가위 춤’으로 한국무용을 음미할 차례다. ‘쨍쨍! 쨍쨍!’ 엿가위가 부딪히는 소리가 명쾌하면서도 깨끗해 고막을 자극한다. “얼~쑤!” 한 학생의 추임새가 흥을 더한다. 음악이 빨라지자 엿가위 춤이 주는 흥도 절정에 이른다. 엿가위 춤을 추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파도타기’하듯 한 명씩 점프하며 엿가위 치기도 자유자재. 남학생들의 공중회전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음향실 한구석에선 윗옷에 이름표를 단 1학년 학생들이 선배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엿가위 대신 북채를 들고 동작을 작게 그리며 선배들을 따라 한다. 선배의 춤사위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 눈빛과 집중력이라면 선배처럼 무대에서 날개를 펼 날도 ‘커밍쑨’.

엿가위 춤을 추는 중 박현준 학생이 공중회전을 선보인다.
엿가위 춤을 추는 중 박현준 학생이 공중회전을 선보인다.

  온몸으로
  “이 춤은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채향순 교수가 자신 있게 소개한다. 채향순 중앙무용단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사당 각시’ 차례다. 사당 각시는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무용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사당 각시는 대사 없는 드라마다. 대사가 없지만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 설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복화술 인형’을 건네준다. 둘은 손에 인형을 끼운 채 사랑을 속삭인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역시나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끄럽게 춤을 이어나간다.
  갑자기 배경 음악이 심각해지면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남자 주인공은 가슴 한쪽을 붙잡고 여자 주인공을 잡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내뻗은 손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아련한 표정을 넘어서 거의 울기 직전이다. 음향실 가장자리에 서 있는 학생들도 숨죽여 춤사위를 본다. 남자 주인공이 바닥에 주저앉을 때쯤 가장자리에서 준비하던 학생들이 음향실 중앙으로 나와 온몸으로 슬픔을 표현한다. 마음 한쪽을 적시는 대형 군무가 시작된다.

사당각시에서 남자 주인공이 슬픔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사당각시에서 남자 주인공이 슬픔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손끝 하나, 발끝 하나
  단체연습이 끝나고 박현준 학생(무용전공 4)이 혼자 남아 개인 연습을 시작했다. 후배들과의 연습은 끝났지만 박현준 학생의 개인 연습은 계속된다. 박현준 학생은 올해 상반기 중에 ‘살풀이춤’으로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수많은 점프 후 흠뻑 땀에 젖은 상태지만 묵묵히 덧신을 신고 옷을 입는다. 소매를 걷어 올리던 박현준 학생에게 채향순 교수가 “소매 내려”라고 말한다. 음악이 시작되고 박현준 학생이 발걸음을 뗀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함이 느껴졌다. 천을 이리저리 조심스럽게 다루는 박현준 학생의 움직임에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다.
  노래가 끝나 한숨 돌렸다. “아직 몸이 안 풀어졌지?” “네….” 채향순 교수의 질문에 박현준 학생도 아쉬움을 드러낸다. 온몸에 힘을 주고 공중회전을 하는 춤과 달리 살풀이춤은 몸에 힘을 빼고 춰야 한다. 채향순 교수가 다시 한번 연습을 하자고 제안하자 박현준 학생은 흔쾌히 “네!”라고 대답했다. 채향순 교수가 넣는 추임새에 박현준 학생은 다시 한 걸음 내디딘다.

박현준 학생이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박현준 학생이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人stage - 무용(舞踊), 춤추고 뛰어오르다

  -무용의 종류가 매우 많잖아요. 한국무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박현준 학생: “단지 한국의 멋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한국인이니까 한국의 멋이 더 와 닿았죠.”
  -언제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했나요?
  박현준 학생: “지인 초대로 한국무용 공연을 본 것이 한국무용을 시작한 계기였어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웠죠.”
  지다영 학생(무용전공 4):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한국무용을 시작했어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줄곧 한국무용을 배워왔죠.”
  -한국무용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현준 학생: “절제미도 있고 섬세하며 부드럽죠. 무엇보다 자기도 모르게 흥이 나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지다영 학생: “춤을 추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요. 관객의 흥을 돋울 수 있고요. 그러면서도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게 매력이에요.”
  -한국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춤이 있나요?
  박현준 학생: “‘풍고’와 ‘사당 각시’가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요. 사당 각시는 채향순 중앙무용단이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어서 더 멋있게 느껴지죠.”
  지다영 학생: “관객의 흥을 돋울 수 있는 ‘엿가위 춤’이 가장 좋아요.”
  -춤 선과 박자 감각은 타고 나신 건가요?
  박현준 학생: “채향순 교수님께 배워서 전보다 향상됐어요. 교수님께선 박자와 춤 선을 많이 강조하시거든요.”
  지다영 학생: “채향순 교수님이 직접 장구를 치면서 박자를 맞춰주세요. 덕분에 박자 감각을 많이 키울 수 있었어요.”
  -한국무용 전공 학생의 일과가 궁금해요.
  지다영 학생: “8교시까지는 다른 학생들처럼 학업에 열중해요. 수업이 끝나고 오후 5시30분부터 열심히 오늘처럼 연습하죠.”
  박현준 학생: “부족한 게 있으면 밤늦게도 연습해요.”
  -식단관리도 따로 하나요?
  박현준 학생: “살을 빼야 해서 오늘 저녁을 걸렀어요. 남학생들은 점프 동작이 많아 근육도 단련해야 해요. 기초 운동까지 병행하고 있어요.”
  지다영 학생: “아침, 점심은 잘 챙겨 먹는데 저녁은 걸러요. 몸이 가벼워야 하거든요.”
  -공연할 때 분장은 어떻게 하시나요?
  박현준 학생: “분장을 해주시는 분이 있지만 저희가 할 때도 있어요. 공연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남학생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돼요.”
  -공연을 많이 하셨다고요?
  박현준 학생: “세종문화회관, 부산, 남원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죠. 안 서본 무대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3학년 때 섰던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관객 대부분이 미국인이었죠.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질러줬어요. 처음 느끼는 분위기였죠.”
  -호흡이 중요한 만큼 동료애가 남다를 것 같아요.
  박현준 학생: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른 전공보다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요. 선후배 사이도 좋은데요. 선배는 후배를 아껴주고 후배는 선배를 따르려는 분위기예요.”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박현준 학생: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많은 제자를 가르치고 싶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많은 제자를 이끌고 잘 지도해주시는 채향순 교수님이 제 롤모델이죠.”
  지다영 학생: “교수님께 한국무용을 더 배워서 무용단에 입단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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