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될까 '효(孝)'?
  • 이건희 기자
  • 승인 2018.04.0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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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갖가지 주제를 말하는 대학생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 주제는 ‘효 (孝)’입니다. ‘효’의 사전적 정의는‘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입니다. 부모님을 잘 섬기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아님 경제적인 지원도 동반돼 야 하는 걸까요? 4명의 대학생을 따로 만나 효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이를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의무처럼 다가오는 ‘효’

희생은 필수 아닌 선택

방법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사랑하는 마음

맹자는 “사람은 어려서 부모를 사모하다가 아름다운 여자를 알게 되면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사모하고, 처자식이 생기면 처자식을 그리워하고, 벼슬을 하면 군주를 사모하게 된다. 그러나 큰 효자는 죽을 때까지 부모를 사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효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도 우리는 효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효녀, 효자인가요?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말한 게 언제인가요? 백경도 학생(정치국제학과 2), 신동우 학생(정치국제학과 2), 연희범 학생(건국대 화학공학부), 유시은 학생(철학과 1)과 우리나라의 효 사상을 이야기해봤습니다.

  의무인 듯 자유인 듯

  사회자: 여러분은 ‘효’란 뭐라고 생각하나요?

  시은: 부모님을 진심으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희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눈에 보이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의 노고에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효’의 첫걸음이라고 봐요.

  경도: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죠. 몸이 편찮으실 때 직접 간호하고 보살펴드리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부모님을 부양하는 게 진정한 ‘효’라고 생각해요.

  동우: 효는 자식이 부모에게 진정성을 갖고 행하는 조건 없는 봉사예요. 부모를 향한 진실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각자 효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효녀’, ‘효자’ 로 여겨지는 행동엔 어떤 것 들이 있을까요?

  동우: 효녀 ‘심청’이 떠올라요. 심청이처럼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자식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효녀, 효자라고 인식되는 것 같 아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효를 실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부모님을 모시거나 부양할 필요는 없죠.

  시은: 자식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라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이를 이겨내는 사람을 효녀, 효자로 여긴다고 생각해요.

  경도: 효녀, 효자로 여겨지려면 일종의 성공신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해 부모님께 보답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효녀, 효자다’라고 생각하죠.

  희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용돈이나 선물을 드리면 효녀, 효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사람들이 가시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회자: 효에 물질적인 부양이 꼭 필요할까요?

  동우: 만약 제가 자식을 낳는다면 제 속을 썩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도가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효’에 경제적인 부양은 필요없어요. 물론 여유가 있다면 자식이 물질적인 부분도 지원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

  경도: 맞아요. 경제적 지원이 없더라도 자식이 행복하다면 부모님은 충분히 보람을 느끼고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대가를 바라고 자식을 기르는 부모는 없지 않을까요?

  시은: 물질적 봉양이 수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효의 핵심은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공자도 물질보다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모님께 효를 행할 때 인(仁)이 없다면, 말과 소를 기르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고 말하기도 했죠.

  사회자: 어떨 때 우리 사회의 ‘효’사상이 강하다고 느끼나요?

  시은: 저는 제사를 지낼 때 효 사상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효를 강조하는 문화가 제사라는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우: 가끔 어르신이 젊은 사람을 혼낼 때 '이런 불효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이 우리 사회의 강한 효 사상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효는 어찌 보면 가족 간 사적인 관계에 국한된 개념이잖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를 비난할 때도 ‘불효자식’이라는 단어를 써요. 그만큼 사회 보편적으로 효 사상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희범: 수련회에서 ‘캠프파이어’를 할때 강하다고 느꼈어요. 촛불을 켜고 ‘여러분들의 부모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보고 싶지 않습니까?’라며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잖아요.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고 주위도 눈물바다가 되곤 하죠.

  답습일까? 악습일까?

  사회자: 우리나라에 ‘효’사상이 강하게 뿌리내린 것 같네요. 이유가 뭘까요?

  경도: 제사나 성묘 같은 유교적 전통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와 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동우: 저도 유교 문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시은: 사회 구조적으로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회 안에서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물질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 부모님께 마음의 빚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식들은 부모님의 지원에 감사함과 더불어 일종의 죄책감을 느껴요. 또 존댓말이나 어른을 지칭하는 단어가 세분화 된 한글의 특성도 하죠.

  동우: 우리나라 언어체계도 효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영어 같은 경우엔 겉으로 드러나는 존댓말이 없잖아요. 존댓말이 다양하게 발달한 한국은 언어 자체에 이미 위계가 존재해요.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이 ‘효’사상을 강화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경도: 우리나라는 과도한 경쟁과 교육열 때문에 자식을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 잖아요. 흔히 말하는 ‘자식 뒷바라지’때문에 부모님이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요. 미흡한 복지제도도 부모님이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죠. 이런 점이 자식이 효 사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효’사상의 장점을 꼽아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동우: 가족 간의 유대가 더 두터워지는 장점이 있어요. 서로 의지할 수 있죠. 좀 더 이상적으로 보자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 간 두터운 정을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적용해본다면 말이에요.

  경도: 효 사상 때문에 다 같이 모여 제사를 지내며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장점이 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친척 간 얼굴을 볼 기회가 생기잖아요. 가족 간 화합을 다질 수 있죠. 한편으로는 너무 얽매여 산다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매번 제사에 참석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희범: 맞아요. 제가 그래요. 제사는 눈에 보이는 ‘효’의 일종이잖아요. 저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사는 번거롭기도 하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죠.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해요.

  시은: 효를 이유로 부모가 자식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배우자를 비롯한 다른 가족에게 고통을 준다면 문제죠.

  동우: 효 사상에 단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일 효가 자발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강제된다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또 부모와 자식 간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질서가 정당화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죠.

  ‘노른자’만 남기려면

  사회자: ‘효’는 의무일까요?

  동우: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효는 분명 좋은 점이 많아요. 하지만 사회가 효를 권장하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본래 의미가 퇴색돼요. 강요 때문이 아닌 자발적으로 행해져야 진정한 효예요. 수동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효를 실천한다면 부모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순종 같은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경도: 의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덕이죠. 꼭 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어요. 하지만 효를 실천하지 않을 때 따라오는 사회적 시선이 곱진 않죠. 그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 효가 의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과거와 달리 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동우: 과거엔 부모님의 말씀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게 효라고 여겨졌잖아요. 다른 꿈이 있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요즘엔 그런 경우가 적어진 것 같아요. 부모님의 의견에 상관없이 본인 의지에 따라 길을 선택하죠. 이런 모습을 보면 효에 대한 생각이 점점 변해 간다고 생각해요. 효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 저만 봐도 효를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희범: 효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이를 실천하는 다양한 방식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고 다른 나라 문화를 접하는 기회도 많아 졌기 때문이죠.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다 보면 자주 찾아뵙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직접 찾아뵙는 것만이 효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주 안부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도가 될 수 있어요.

  경도: 효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엔 물질적인 봉양만을 효의 개념이라 했다면 이제는 정신적 부양 또한 효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어요.

  사회자: 실제로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줄었다고 해요.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난 2002년 약 70.7%였으나 2016년엔 약 30.8%로 급감했다고 해요.

  경도: 자녀의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부모를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자식도 부모의 입장에서 당장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잖아요. 안정적 노후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죠.

  희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건 맞지만 자녀의 원조도 빠뜨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부 지원이 심리적인 부분까지는 채워 줄 수 없으니까요.

  시은: 맞아요. 둘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죠. 스스로 살기도 벅찬 상태에서 부모를 온 전히 부양하는 것은 자녀에게 큰 부담일 수 있어요. 정부의 지원이 제공된 상태에서 자녀도 부모님께 효를 다하고 공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부모님과 자녀가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효를 실천하기 위해선 어떤 방 법이 있을까요?

  동우: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가 자신의 단점을 자식을 통해 극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녀를 억압할 수도 있죠. 부모가 바라는 대로 아이를 키우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이 동일한 인격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도: 부모와 자식 간 활발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죠. 부모님은 자식에게 어느 정도까지 지원을 바라는지를 말하고, 자식도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부모님께 밝히는 거예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은: 서로 무엇을 바라기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필요해요. 부모는 자녀에게 과거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기 때문에 돕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죠. 자식도 부모님을 공경하고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요.

  사회자: 효를 실천하기 이전에 부모와 자식이 서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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