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메인스테이지. 하지만 무대 주인공의 뜨거운 열정은 조명과 관심이 꺼진 백스테이지에서도 계속됩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메인스테이지 뒤 중앙인의 시간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바로 연극 <몰리>를 준비하는 연극전공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은 다음달 열리는 제5회 아시아연극학교페스티벌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26일 304관(미디어공연영상관) 지하 1층.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방, ‘연기연습실’에서 ‘<몰리>팀’의 백스테이지를 엿보고 왔습니다!

 

연극전공의 <몰리>팀. 그들은 다음달 열리는 ‘제5회 아 시아연극학교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결성된 팀이다. 지난 1월 오디션에서 뽑힌 8명의 배우부터 기획팀, 연출부, 디자이너, 무대감독까지 각 분야의 에이스란 에이스는 다 모였다. 에이스라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니다. 월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한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없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주말도 반납하는 <몰리>팀의 무대 뒤 이야기를 들어 보자.

  몰랐니, 몰리?

  다음달 16일부터 21일까지 301관(중앙문화예술관) 대극장 및 강당에서 제5회 아시아연극학교페스티벌이 열린다. 아시아연극교육센터와 중앙대가 공동주최한 이번 페스티벌에는 세계 9개국, 10개 대학이 참가한다. 이번 아시아연극학교페스티벌은 ‘사무엘 베케트: 빈 무대 위의 배우의 현존’을 주제로 한다. <몰리>팀은 주제에 맞춰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몰로이(Molloy)』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 <몰리>를 창작했다.

  <몰리>는‘ 누보로망’형식을 따르고 있다. 누보로망은 우리말로 ‘반소설’이라고도 한다. 내용과 형식에 구분이 없고 주인공의 정체성이 모호해 독자는 어떠한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오로지 모호함이 전부다. 사실적인 묘사와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소설의 형식을 부정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작품 내용이 아닌 형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몰리>팀 - 열정 = 0

  303관(법학관) 옆 조그맣게 웅크려있는 미디어공연영상관 지하 1층 ‘연기연습실’문 앞에 섰다. 두꺼운 문 사이로 배우의 대사가 들려온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신발을 벗었다. 3월의 끝자락이지만 마룻바닥이 차가웠다. 맨발로 있는 배우들도 있었다. 발이 시린 것도 모른 채 연기에 집중한다. 까치발로 살금살금 자리를 옮겨 연기를 지켜봤다. 연습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압도돼 숨죽인 채로 있었다.

  “내 담배 실력이란 게 별 게 아니야. 연거푸 두 대를 피우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그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든. 다 니코틴 때문이지. 아무리 조심을 해도 니코틴을 들여 마시게 된단 말이야.” 이해하기 힘든 아니, 이해 할 수 없는 대사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삐비빅.’ 이런, 오류 발생이다. 이해를 포기하고 연극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땡큐~” 연출을 맡은 강민호 교수(연극전공)가 간단한 코멘트를 한다. 그의 ‘땡큐’는 지난번 연습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배우가 완벽히 극복했다는 의미다. 연극 연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었지만 연출부 회의가 예정돼 있어 연습이 잠시 중단됐다. 아쉬운 마음으로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궁금해하는 아이처럼.

  막간을 이용해

  연출부와 기획팀이 회의하는 동안 배우들은 옆에 있는 또 다른 연습실로 들어갔다.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바로 대사 연습에 돌입한다. 각자 대사를 크게 읽어보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대사를 맞춰보기도 한다. “3막 1장 지금 한번 맞춰보자.” 변준섭 학생(연극전공 3)이 소품을 챙기며 연기 연습을 제안한다. 변준섭 학생의 말에 다른 학생들도 각자 대사 연습을 멈추고 함께 합을 맞춘다. 역시 연극도 팀워크라는 걸 증명하듯.

  조명 IN!

  “자, 연습 바로 시작할게요!” 연습을 시작하자 배우 들의 눈빛이 180도 바뀌고 마룻바닥 위 두 발에도 더욱 힘이 들어간다. 쉬는 시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뻐꾸 기시계가 ‘뻐꾹 뻐꾹’ 열두번 울었다. 구슬픈 음향 효과가 자정, 연극의 시작을 알렸다.

  <몰리>의 주요 소품은 ‘흔들의자’다. 주인공 ‘몰리’역을 맡은 유희정 학생(연극전공 3)이 흔들의자에 몸을 맡겼다. 의자의 흔들림에 빠져든다. 그가 몽환적인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눈빛이 연기연습실 분위기를 압 도한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게 움직인다.

  유희정 학생이 대사를 말하는 동안 ‘입 C’, ‘입 D’ 역할을 맡은 조인 학생(연극전공 4)과 온유가 학생(연극전공 4)이 바닥에 누워 똑같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치 현대무용의 동작을 연상시켰다.

  유희정 학생의 대사가 끝나자 ‘입 A’, ‘입 B’역할을 맡은 임창빈 학생(연극전공 4)과 변준섭 학생의 대사가 시작된다. “밖에.” “밖이 아니라.” “이 세상 속 에.” “세상.” “아주 작은 것.” “시간 이전에.” “신에게 버림받은.” “소년.” “아니 소녀.” “뭐 소녀?” 입 A가 먼저 말하면 입 B가 바로 다음 대사를 이어받는다. 대사를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알아듣기도 힘든 정도다. 번갈아 가며 말하는 대사는 약 2분간 계속됐다. 의식의 흐름 그 이상의 난해함이었다.

  두 배우의 대사가 끝나고 이도연 학생(연극전공 4)이 지팡이를 들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등장한다. “딱, 딱, 딱….” 지팡이가 휘청거리는 걸음을 온몸으로 버티며 소리를 낸다. 걸음을 멈추고 머리에 썼던 모자를 벗어 떨군다. ‘툭.’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 진 모자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那個女孩想說已經做了 到那件東西之後離開的打 算.(그녀는 무언가를 찾아 떠날 결심을 했다고 말할 작 정이었다)” ‘왜 갑자기 중국어가 들리지?’ 온유가 학생의 대사를 들은 기자의 고개는 갸우뚱. 외국어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대사를 알아듣기 버거울 수 있다. <몰리 >엔 한국어, 중국어, 영어, 불어 등 총 4개 국어가 등장한다. ‘나만 이해를 못 하나?’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어의 파괴성’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배우의 말, 눈빛, 몸짓만 주의 깊게 보면 된다.

  “끼히히히히!” 몰리 역의 유희정 학생이 묘한 웃음을 던지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작별은 잘못이 아니다’라는 유희정 학생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주변의 소리가 점점 약해지며 조명이 꺼진다. 프롤로그 1 ‘몰리 출발을 결심하다’가 끝이 났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대사와 행동이 이어진다. <몰리>팀의 작품 해석이 궁금하다면 꼭, 다음달 16일 오후 7시30분 중앙문화예술관으로 <몰리>를 보러 가길. 그리고 커튼콜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길 바란다. 공연은 60분 내외로 진행된다.

미디어공연영상관 지하 1층 연기연습실에서 '몰리'팀이 '몰리'를 연습하고 있다. 연습을 보고 있으면 배우들의 대사, 몸짓, 눈빛에 압도된다.
미디어공연영상관 지하 1층 연기연습실에서 '몰리'팀이 '몰리'를 연습하고 있다. 연습을 보고 있으면 배우들의 대사, 몸짓, 눈빛에 압도된다.

 

人스테이지 - 연기(演技), 재주를 펼치다

 

  -연극을 준비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일 것 같아요. 체력관리 비법이 있나요?

  임창빈 학생: “밥심으로 연기합니다.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참슬기 식당의 ‘데리야키 치킨 덮밥’이 정말 맛있어요. <몰리>팀이 자주 먹는 메뉴죠.”

  이도연 학생: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챙겨 먹어요. 기운이 좀 없을 땐 한약을 마시기도 하고요. 그래도 밥을 제일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연극에 필요한 분장, 의상, 소품, 음향은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임창빈 학생: “분장은 직접 해요. 일반 화장품보다 더 진한 ‘워터 프루프’ 화장품을 사용해요. 여학생들한테 화장 기술을 배우기도 하죠.(웃음)”

  변준섭 학생: “패션디자인전공 학생들이 도와줘요. 구하기 힘든 의상을 제작해주죠. 배우끼리 시간을 내서 함께 동대문 시장에 가기도 해요. 의상 색깔을 맞추고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사죠.”

  이도연 학생: “공간연출전공 학생들이 무대를 ‘뚝딱뚝딱’ 제작해줘요. 조명도 담당해주시죠. <몰리>의 음향은 <몰리>팀 내 연출부가 맡고 있어요.”

  -언제부터 ‘연기 인생’을 꿈꾸셨나요?

  이도연 학생: “어릴 때부터 계속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체계적으로 연극전공 입시를 준비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부터였죠. 대학에 가서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전문적으로 연극을 배우고 싶었어요. 여기, 연극전공은 열정 넘치는 사람만이 모이는 곳이에요. 연출, 배우, 기획 모두가요.”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임창빈 학생: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 하면 섭섭한 중앙대 ‘연극전공’에 입학했잖아요. 정말 원했던 학교에 입학해 학교 이름을 걸고 공연에 선다는 것 자체가 뿌듯합니다. 또 커튼콜 때 부모님, 친구, 연극전공 입시를 꿈꾸는 학생 등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데요. 뿌듯한 순간이죠. 그 순간 때문에 지금 여기서 연습하고 있는 거예요.”

  -연습을 오래 하면 가족보다 자주 만날 텐데요.

  변준섭 학생: “대본을 해석하는 데 약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가 있어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 의견 충돌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연기 또한 협동이잖아요. 자기 생각만을 고집해선 안 되죠.”

  이도연 학생: “정이 드는지는 미지수예요.(웃음) 미운 정도 정이라고….”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도연 학생: “남은 공연에 열심히 참여할 거예요. 지금은 연극을 공부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영화도 배우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학교를 빛내는 게 목표죠.”

  유희정 학생: “연극,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임창빈 학생: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요. 연기를 탄탄히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연기자를 꿈꾸 는 동기, 후배와 같이 연기할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이번 대회의 목표는 뭔가요?

  유희정 학생: “모두가 다치지 않고 무대에서 작품을 잘 선보이는 거예요.”

  -상이 욕심나지는 않나요?

  이도연 학생: “상을 바라고 대회에 참가하진 않아요. 상을 받게 된다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참가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임창빈 학생: “중앙대 학생이 많이 와서 공연을 봐줬으면 해요. 다른 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오거든요. 이런 행사가 흔하게 열리진 않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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