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들려주는 행복한 이야기
  • 공하은 기자
  • 승인 2018.03.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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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무엇이 떠오르나요? 드넓은 자연 혹은 빈곤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인가요. 아프리카에 대한 편향된 인식은 아프리카의 현대미술을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이유죠. 탄자니아의 두 작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1932~1972)와 조지 릴랑가(1934~2005)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아프리카만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아프리카의 현대미술, 그 매력에 빠져보세요.

  “나는 내 땅 아프리카를 보여주기 위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내 가슴 속에 지녀온 것이다.” - E.S. Tingatinga

  “아프리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슬플 수도 있지만 행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의 무관심이 오히려 삶을 즐겁게 만들 수도 있다.” - George Lilanga

“Let’s be happy!” 슬로건에서부터 벌써 행복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지난 1월 28일까지 인사1길 컬쳐스페이스에서 진행된 <팅가팅가: Let’s be happy전>에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창시자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1932~1972)를 포함한 약 20여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특히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조지 릴랑가(1934~2005)와 함께 아프리카 미술을 만나보실래요?

  오색으로 그려낸 아프리카
  1층 입구를 지나 2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의 빈티지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2층은 ‘팅가팅가’ 화풍을 이끈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의 작품이 주로 전시돼 있습니다. 팅가팅가는 식민지배가 끝난 후 문화적 공백기가 이어지던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 신화 등을 현대적·만화적 기법으로 풀어내 주목받았죠. 그림 재료가 열악한 아프리카의 미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건축자재로 쓰이는 합판과 에나멜페인트라는 파격적인 재료를 선택했습니다. 독특한 재료 선택과 간결한 표현, 선명한 색감이 그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장르를 가능하게 했죠.

  전시관 한 쪽 면에는 다양한 색의 무늬와 배경으로 표현된 여러 마리의 표범이 보입니다. 그림 속 표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맹렬하고 사나운 모습이 아닙니다. 강한 배경색 안에서 가느다란 다리로 힘없이 걷는 모습은 오히려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죠. 동물에 대한 팅가팅가의 세심한 애정이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팅가팅가는 주로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하양으로 이뤄진 에나멜페인트의 오방색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를 통해 팅가팅가는 자연의 색 그대로를 그림에 담았습니다. 「레오파드」는 이러한 색감이 더욱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표범의 푸른 배경에는 이른 아침의 차가움이 드러나며, 붉은 배경의「레오파드」에서는 저녁노을에 취해 어슬렁거리는 표범을 볼 수 있죠. 이처럼 같은 듯 다른 표범의 모습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E.S. Tingatinga, 「레오파드」, 합판에 유광도료, 60X60cm
E.S. Tingatinga, 「레오파드」, 합판에 유광도료, 60X60cm

  일상 속 휴머니티

  팅가팅가의 작품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바오밥나무’인데요. 척박한 환경에서도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명력의 원천을 느끼는 ‘영혼의 나무’와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당산나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죠. 「바오밥나무와 새」에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조상으로 여기는 새가 바오밥나무에 앉아 있습니다. 팅가팅가는 다수의 작품에서 바오밥나무와 새를 함께 그렸는데요. 척박한 현실 속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팅가팅가의 바람이 잘 드러납니다.

E.S. Tingatinga, 「바오밥나무와 새」, 합판에 유광도료, 60X60cm
E.S. Tingatinga, 「바오밥나무와 새」, 합판에 유광도료, 60X60cm

  「아내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남편」에서 남편은 담배를 태우며 아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가가 늦어지는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의 마음처럼 담뱃불의 크기는 커지죠. 그렇지만 그 가운데에 든든하게 버틴 바오밥나무는 가족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부부가 서로를 보듬으며 힘이 되어주도록 깊은 안정감을 줍니다.

E.S. Tingatinga, 「아내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남편」, 합판에 유광도료, 61X61cm
E.S. Tingatinga, 「아내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남편」, 합판에 유광도료, 61X61cm

  팅가팅가가 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절망적인 아프리카의 현실이 아닙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죠. 팅가팅가는 가난한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에서의 삶을 그리워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배우자를 기다리는 사소한 일상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전통을 넘어 자유와 화합을 그리다
  전시관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팅가팅가의 전시를 지나면 2층과 3층에 걸쳐 여러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마다의 화려한 색감과 익살스러운 표현이 드러나는 아프리카 작가들 중 조지 릴랑가의 작품이 보이시나요? 릴랑가는 팅가팅가와 더불어 아프리카 현대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로 꼽히는데요. 합판과 에나멜페인트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며 강렬한 색감으로 아프리카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릴랑가의 그림은 팅가팅가와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기존 화풍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문명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팅가팅가 화풍을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죠.

  또한 릴랑가는 개인의 욕구와 현실을 중요시했습니다. 릴랑가의 작품에는 큰 귀와 입, 볼록 나온 배를 가진 ‘쉐타니(Shetani)’가 등장하는데요. 이는 동아프리카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동양에서의 ‘도깨비’와 비슷한 존재입니다. 쉐타니의 큰 귀와 입은 개개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며, 볼록 나온 배는 공동체의 이익만큼이나 개인의 이익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George Lilanga, 「무제(無題)」, 145X179cm
George Lilanga, 「무제(無題)」, 145X179cm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흥겹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릴랑가의 가치관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죠. 그는 인물들의 유연한 형태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그리고 인간의 욕구를 긍정함으로써 즐거운 삶을 지향했던 것입니다.

  릴랑가 그림의 중심에서 현대식 병원과 의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도 보이죠. 이는 릴랑가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문명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는 데에 행복이 있다는 릴랑가의 믿음을 드러내기도 하죠.

  일상 속 재료를 화폭 삼아 아프리카의 자연, 인간, 동물의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그려낸 팅가팅가와 릴랑가는 이후 피카소, 키스 해링을 비롯해 서양 현대미술에 큰 영감을 주며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는 이렇게 팅가팅가와 릴랑가의 그림 속에서 재탄생돼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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