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심(病心) 아닌 질병, 혼자 아닌 함께
  • 김예령 기자
  • 승인 2018.03.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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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벋고

일단 병원에 가자

열이 있다면 해열제를, 속이 더부룩하다면 소화제를 또 머리가 아프다면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우울증에도 약이 있을까? 우울증에 관한 이해 부족과 잘못된 해결 방법의 성행은 우리 사회의 우울증을 더욱 심화시켰다. 사람들이 우울증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을 거두고 올바른 처방을 논의하기 위해선 어떤 사회가 도래해야 할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중앙대 건강센터로부터 우울증에 씌워진 프레임을 깨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우울증, 제대로 알자

  우울증을 향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선 먼저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마음의 질병’라 일컫지만 이는 우울증에 관한 오해를 더욱 키우는 표현이다. 민경준 교수(의학부)는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라 말했다. “우울증과 관련된 오해에 있어서 우울증을 마음의 문제라고 이해하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물론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죠. 그러나 크게 생물학·심리·환경적인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고 설명되고 있어요.”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는 생물학적인 원인으로는 세로토닌의 기능 저하가 대표적이다. 세로토닌은 혈소판과 중추신경계 등에 존재해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 민경준 교수는 세로토닌 이외에도 뇌나 신경 회로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해요. 쉽게 말하면 뇌가 생물학·심리·환경적인 상황에 따라 ‘취약성’을 갖는 부분이 있는 거죠.” 세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우울증의 원인을 단순히 심리적인 부분에 치중해 문제를 파악하려는 태도는 증상을 심화시킨다.

  한덕현 교수(의학부)는 우울증 증상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우울증 하면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을 떠올리곤 하죠. 전형적인 모습이긴 합니다만, 체중이 급변하거나 수면 패턴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등의 증상도 있어요.”

  우울증에는 크게 9가지의 증상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과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는 것이다. 이 외에도 체중 급변이나 식욕 변화, 불면이나 과다수면,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피로와 활력상실, 무가치감과 죄책감, 집중력 감소, 자살충동 등이 있다. 이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간 지속될 때 우울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증상을 겪는 우울증 환자는 기능이 떨어져서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문제는 이를 우울증의 원인이라 보고 해결 방법으로 개인의 정신력을 나무라는 사람들이에요.” 민경준 교수는 우울증의 증상을 마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는 사회분위기를 변화시켜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그는 우울증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상태 탓으로 돌리다 보면 신체적인 우울증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정신병원 괴담’ 없애기

  우울증에는 다양한 증상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제때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민경준 교수는 무엇보다 병원에 와서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깐의 스트레스가 아닌 신체 기능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생물학적인 접근과 상담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에요.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서 발병한 우울증인데 심리치료만 받고 있다면 병이 악화되겠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울증 진단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에 망설임을 느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는 한국의 하루 항우울제 소비량이 28개 조사국 중 두 번째로 낮다고 보고했다. 한덕현 교수는 환자들의 정신병원 방문률을 높이기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물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정신과를 찾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뇌가 녹는다든가 중독된다는 말들은 오해니까 절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인지기능의 개선을 돕는 다중작용 기전의 항우울제 ‘브린텔릭스’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환자들은 자신의 정신병력이 타인에게 누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 방문을 꺼리기도 한다. 민경준 교수는 정신병원 방문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 기록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요. 일반 회사에서 개인의 병력을 알아내는 건 불법행위이죠.”

  입사지원과정에 있어 요구되는 ‘민감정보’에는 사상이나 신념 등과 더불어 건강정보가 포함된다. 민감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정신병원 방문 기록 유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불편을 느낀다. 하지만 입사 시 제출하는 건강정보 중 정신질환 기록은 의사가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기록된다. 또한 입사를 위한 신체검사 이외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은 제공되지 않는다.

  정신질환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보험제도 또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민경준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다면 그만큼의 보험료 비율을 높이면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실비보험 대상에 정신장애를 포함하지 않거나 의료보호를 정액제로 운영하는 부분도 개선돼야 해요. 정신질환을 이유로 혜택을 다르게 주는 건 차별이죠.”

  의사 손이 약손

  “사회가 이전보다 우울증이란 증상에 친숙해지긴 했지만 당사자가 우울증을 숨기려 하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어요. 용기 내서 스스로가 갖고 있는 편견을 깨줬으면 좋겠어요.” 중앙대 건강센터 송정희 부장은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가 인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정신질환 상담에서 우울증 증세가 아주 심각한 학생은 상담을 기피하는 경우가 잦다. 송정희 부장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울증 척도 검사에서 고위험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상담하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망설인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학교에 기록이 남지도, 공단에 자료를 넘기지도 않으니 걱정 말고 와서 진료받길 바라요.”

민경준 교수 또한 병원 방문을 통한 의학적인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울증 예방·치료의 가장 큰 목적이 자살예방인 만큼 하루 빨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하기 때문이다. “약의 도움으로 혈압을 낮춰 고혈압을 해결하듯이 우울증 또한 병원에서 관리를 잘하면 평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병이 아닌 환자에게 있어 굉장히 괴롭고 힘든 병이니까 꼭 병원을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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