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를 막론한 성문제가 중앙대를 겨냥하고 있다. 중앙대에서 강의를 담당했던 한 시간강사는 수년 전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학내 매점 운영자는 가게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성희롱했다. ‘Me Too(미투) 운동’의 시작과 함께 학생, 동아리, 교수까지 가해의 주체로 지목된 것은 물론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인권센터까지 2차 가해 의혹을 받으며 피해자들은 기댈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사태에 대한 대학본부의 판단은 해결 의지를 의심하게 할 만큼 단순하다.

  대학본부는 지난 13일 ‘차별 없는 클린 캠퍼스(Clean Campus)’ 조성 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투 운동의 본질을 차별 없는 성평등으로 규정하며 대학 내 올바른 성의식 조성을 위한 동참을 당부했는데, 이는 사회문화를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태도며 조치다.

  문제는 방안이다. 대학본부는 위와 같은 성명을 발표하며 교수에게 학생과의 술자리를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몇 년간 발생했던 교수들의 성폭력 사건이 ‘음주’에 기인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고민 없는 판단을 바라보는 구성원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강의 중 행해지는 성차별적 발언이나 사석에서 이뤄지는 성추행 등 음주 없이도 자행된 성범죄는 차고 넘친다. 대학본부의 판단은 추잡한 권력으로 폭력을 행사한 파렴치한에게 술이라는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행위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성문제가 그릇된 성관념이나 권력구조가 아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고 판단할 여지를 줬다. 진정 성찰해야 한다. 문제는 사람이지 술이 아니다.

  더욱이 이어지는 선언의 나머지 내용 또한 대부분 ‘선언‘이라고 칭하기엔 힘없이 자제를 권고한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제’를 할 수 있거나, 하는 자들이었다면 애초에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탁이 아닌 명백한 경고와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한 만큼 대학본부 역시 학내 성범죄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경영학부는 지난호에 보도된 A교수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학생이 정식적으로 접수하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는 변을 내놓았다. 학내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을 해당 학문단위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물론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대처를 미루는 것은 사건의 해결을 늦추고 피해자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태만 행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상담센터’ 운영 등도 논의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2일부터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특별신고·상담센터’를 100일간 운영한다. 중앙대 역시 각종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는 이 때 부족한 상담 인력을 충원함은 물론 법률 지원 및 치유프로그램 운영 등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선언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명문화된 행동 규칙과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야말로 구성원이 기대하는 답이다. 약속한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지성의 상아탑다운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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