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따뜻한 봄날에 들뜨기 마련이지만 마냥 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의 상처를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묻어두던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먹먹하다. 중앙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가려졌던 일이 하나둘 터져 나왔고 기자가 취재한 내용도 그중 하나였다.

  안성캠 ‘카우몰’을 운영하는 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최근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다시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5월 안성캠 생활관 괴한 침입 사건 당시 카우몰 점장은 해당 사건을 희화화하는 글을 올려 많은 학생의 공분을 불렀다. 이때부터 안성캠 학생사회에서 ‘카우몰 점장을 몰아내고 불매운동을 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이후 카우몰 점장이 올린 게시글 중 구멍 난 팬티스타킹을 환불해달라는 학생 및 ○○과 학생에 대한 성희롱, 카우몰 이용 학생의 외모를 평가한 글이 회자되면서 그의 저속한 성 의식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13일 카우몰 점장은 기자와 인터뷰 후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의 사과가 진심인지는 판단하기 모호하지만 자신의 발언이 지나쳤다고 시인했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 안성캠 총무팀은 카우몰 점장의 게시글과 학생사회 여론을 확인한 후 카우몰 운영 업체와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성캠 학생들의 바람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취재를 마치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에브리타임에는 지난해 5월부터 카우몰 점장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꽤 오랫동안 공론화된 문제지만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안성캠 총무팀의 답변을 듣기까지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얼마 안 돼서 해결될 문제를 그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 역시 ‘왜 이제서야 취재했을까…’ 하는 씁쓸한 탄식에 마음이 불편했다. 중대신문도 학생사회 여론에 더욱 민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학생 대표자는 비판에서 더욱 자유롭지 않다. 학생사회는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통해 ‘총학이나 총여가 나서 카우몰 점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학생 대표자의 행동을 요구했다. 만약 그들이 학생사회 여론에 응답했다면 카우몰 점장이 성희롱과 외모 평가 발언을 저리도 당당히 할 수 있었을까.

  설사 그들이 여론을 파악했더라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기 이틀 전까지도 카우몰 점장은 카우몰 이용 학생의 외모 평가를 하고 있던 게 이를 방증한다. 또한 “성희롱으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그의 말에서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 대표자는 대학본부에 학생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매번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학생사회와 소통해야 하는 책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학생 대표자의 공식 의견수렴 창구가 아니라는 구차한 변명은 안 했으면 한다.

  기자는 학생 대표자가 말하는 소통이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쇼(Show)통이라고 스스로 증명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강혁 대학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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