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최순실은’ 지난 2016년 10월 SBS 김형민 PD는 당시 여당이 ‘최순실 가리기’를 하고 있다며 ‘최순실 의혹’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이 해시태그를 달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많은 SNS 사용자가 ‘#그런데최순실은’을 덧붙이며 진상규명을 촉구했죠.

  이처럼 자신의 의미나 취향,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를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 합니다. 의미,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한 단어인데요. 최근에는 과거 잘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심지(心志)를 SNS 등을 통해 과감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래 소비 운동이었던 ‘미닝아웃’은 이제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띱니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를 바꾸길 원하던 개인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하나돼 변화를 이룬 모습은 가히 놀라웠죠. 사소하지만 엄청난 이 해시태그는 어두운 우리 정치에 불을 밝힌 하나의 등잔이 됐습니다.

  하지만 심지 없는 미닝아웃도 있습니다. 미닝아웃에 지나친 군중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다수의 사람이 하는 선택을 따라 하는 현상’인 군중심리는 미닝아웃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끕니다.

  근거 없는 신념은 다른 사람을 찌르는 칼날이 됩니다. 요즘 또 하나의 미닝아웃, ‘Me Too(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이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미닝아웃 역시 쏟아지고 있죠. 바로 ‘성폭력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라’는 주장인데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중 한 글은 성폭력 무고죄가 전체 무고죄의 40%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죠.

  하지만 성폭력 무고죄가 얼마나 되는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법원이 무고죄를 범죄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피해 사실을 폭로한 모두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론을 타고 근거 없는 미닝아웃이 이뤄지면서 피해자들은 ‘무고죄’라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만 합니다.

  또한,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에서 벗어나 이분법적 대립에 갇히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라는 국민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화제였죠. 군대 징집에 마땅히 있어야 할 국방과 관련한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성(性)에 관한 이야기뿐었습니다.

  이에 맞서 ‘남성들도 인공 자궁을 이식 받아 출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국민청원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장(場)이 아닌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된 전쟁터가 됐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소신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기만을 밝히고 있죠.

  단순히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음에 품은 뜻을 드러내 어두운 사회에 불을 밝히고자 하는 미닝아웃. 하지만 ‘심지’가 없다면 등잔의 불꽃은 쉽게 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심지_있는_미닝아웃_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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