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이번학기에 <캠퍼스를 거닐며> 지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캠퍼스를 걷다 마주친 중앙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이 코너를 맡지 않았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에 인터뷰이만의 분위기나 삶의 태도를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번주에도 인터뷰를 하러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걷던 중 중앙마루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중앙동아리 홍보부스 앞이 사람들로 북적였기 때문입니다. ‘스웩’ 넘치게 랩을 하고, 보기만 해도 흥겨운 춤을 추는 사람들…. 쿵쿵 울리는 리듬에 마음이 들떠 저도 모르게 한참을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해맑은 미소에서 행복함이 보였습니다.

 “OO씨는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그곳에서 만난 분들은 처음에 인터뷰를 조금 쑥스러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는 이내 눈을 빛내며 밝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게임과 시, 한복과 와인까지…. 대화가 무르익어갈수록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신이 나서 설명하시는데, 듣는 기자까지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제가 그분들께 받은 가장 큰 인상은 ‘순수함’이었습니다. 순전히 그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커피 값을 아껴 가며,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쪽 분야에서 일하려고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밝은 표정은, 그 순수한 열정은 취재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쫓기듯 살아가는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바쁘게 걷는 사람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주변만 둘러봐도 자격증이나 학원에 치여 사는 친구들이 많죠. 대학 입시라는 레이스는 끝났지만, 또 취업이라는 레이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뛰어야 하죠. 취업 경쟁, 헬조선, 삼포 세대….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조급함이 듭니다. 대학의 낭만이나 요즘 유행하는 ‘YOLO’ 정신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아예 무시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어느새 점점 진짜 어른이 되면서 그에 따른 책임도 늘어나죠. 우리도 언젠가는 직업을 갖고 어엿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한 두개쯤 넣을 수 있는 여백 정도는 남겨 두고 싶습니다. 봄도 왔는데 캠퍼스를 ‘거닐며’ 주위를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시멘트 바닥만 보고 걸어가기엔 청룡 연못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들이, 그리고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미소가 너무 아름답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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