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면담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안타까운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전공 분야 공부가 정말 즐거운지 등에 있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쉽게 대답하기 어려워하거나 아예 모르거나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대부분 자기 뜻과 관계없이 학교와 부모님이 인도하는 대로 살아왔을 테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직종’ 등의 언론 보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돈 많이 벌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유망’이라는 포장지로 멋있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유망직종 소개 자체를 타박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그러한 분위기에 너무 쉽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이 직업이 유망하니까 이러한 전공을 선택해야 해’ 또는 ‘취업을 잘 하려면 이 전공을 선택해야 해’라는 식으로 설득(또는 강요)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설계할 만한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전공이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공 분야에 대한 애초 예상과 현실이 많이 달라 고민하는 학생들도 무척 많다.

  영화 ‘세 얼간이’를 통해 인도(India) 역시 부모의 높은 교육열,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 등의 측면에서 한국과 매우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영화는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인도 최고 명문 공과대학 ICE에 세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사진사가 되고 싶지만 아버지의 강요로 공대에 입학한 ‘파르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반드시 대기업에 취직해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라주’, 미스터리한 공학 천재 ‘란초’. 란초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파르한’과 ‘라주’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결국 ‘파르한’은 완고한 아버지를 설득하여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라주 또한 자신을 억누르던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대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러닝 타임이 171분이라 꽤 긴 편이지만, 코믹한 내용과 공감백배인 대사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입식 암기학습의 끝판왕인 찌질이 속물 엘리트 ‘차투르’, ‘인생은 레이스’라는 신념으로 전형적인 취업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고수하는 ‘비루’ 교수 등의 모습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대학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고, ‘알 이즈 웰(All is well)’이라는 유명한 표현도 이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 얼간이’를 통해 스스로 질문해보고 깊이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영화가 전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도 기억하기 바란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올 거야!’

육지훈 교수(다빈치 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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