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야 변화한다
  • 민용기 기자
  • 승인 2018.03.12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이 지성을 되찾으려면
지난 8일 '3·8 대학생 공동행동'이 여성해방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사진 김유림 기자
지난 8일 '3·8 대학생 공동행동'이 여성해방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유림 기자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각계의 미투운동은 성폭력이 단순히 개인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학생들도 용기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대학생들이 신촌과 광화문에서 모여 '대학 내 성폭력 아웃’을 외쳤다. 가해자에겐 위로를 피해자에겐 의심을 보내는 뿌리 깊은 관행 속에서 되돌아봐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오랜 억압을 참아내다 목소릴 내기 시작한 대학가의 ‘Me, Too’ 에 진정한 ‘With You’ 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아봤다.

  권력의 무장해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은 지금의 대학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견고한 대학 내 권력 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몸을 만졌다는 선정적 사실만이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고, 쉽게 대할 수 있는 권력이 대학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 분노의 본질이에요. 그래서 미투 운동은 개개인의 성폭력 피해 고발로 시작됐지만, 이 운동의 결말은 권력의 해체여야 하죠. ”사회에 존재하는 젠더 권력 문제를 인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사회에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다. 젠더법학연구소 정현미 소장은 교수사회에 유의미한 평가 시스템이 도입돼 도덕성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직장은 매번 지속적이고 영향력 있는 평가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경쟁의식이 매우 치열해요. 반면, 대학에서 교수에게 영향력을 끼칠 만한 평가는 거의 드물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거죠.”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를 주기적이고 유의미한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여성회 서주애 사무국장은 학생들 간 권력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수평적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배, 오빠, 언니 등 나이와 성별, 지위로 구분되는 학생 간의 명칭을 상호 동등한 명칭으로 바꾸는 게 그 예시죠. 또한, 대학 특유의 술자리 문화에 왜곡된 성문화가 게임이나 언어로 일상화되지 않도록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감수성으로 바라보기

성폭력 발생의 원인에는 권력 구조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의 정의와 범위를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하는 인식의 부재도 있다. 정현미 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사법적 정의가 제한적인 것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성폭행, 협박 등 단어의 정의가 좁게 해석돼있어요. 그렇다 보니 가해자들이 빠져나 올 빈틈이 만들어지죠. "성폭력에 대해 단어 의미 자체가 아닌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
다는 것이다.

  사법적 변화의 선행과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교육의 환경과 문화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윤경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성폭력에 대한 주체적인 문제의식을 느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토론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문제의 핵심은 사건, 시각, 상황마다 명확하게 판단 하기 힘든 ‘모호함’이에요. 성폭력을 판단하는 잣대는 감수성이기 때문에 이를 기를 수 있는 훈련이 토론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해요.”

  변혜정 원장 역시 젠더 및 인권 교육의 필수화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답했다. “제도적으로 대학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 젠더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지정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해요.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인권 의식이 몸에 배야 각종 폭력 문화에 저항할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진심어린 손내밀기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인식적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내 인권센터의 변화 또한 대학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서주애 사무국장은 우선, 인권센터가 일반학생들에게 진행하는 예방 교육의 효과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강의실에 앉아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등 상식적인 의무교육만 진행될 뿐 인권센터가 실질적인 예방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인권센터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인권센터가 아닌 체계와 내용이 성폭력 예방에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주애 사무국장은 예방 교육뿐 아니라 사건종료 이후에도 피해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처리하는 피해자 중심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가 재학 중인 경우 가해자가 접촉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절차가 필요해요. 대다수의 경우 피해자가 휴학하는 등 피해 다니죠.” 나윤경 교수는 센터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인 구성원 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에 여성주의 지식을 가진 교수나 학생의 권한을 보장하는 학생 대표가 당연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돼야 해요. 센터 직원의 직업 안정성을 위해 정규직화도 필요하죠. "센터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모두 안정적일 때 비로소 제 기능이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소리를 모아서

  변혜원 원장은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미투를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가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진행돼야 큰 의미를 얻을 수 있어요. 미투 피해자에 대한 지지가 계속될 때 미투의 진정한 의미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변할 수 있죠. ”미투 피해자들에게 지지와 용기를 주는 것이 진정한 위드유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홍익대 하소정 부총학생회장(국어국문학과)은 3·8 세계 여성의 날은 맞이해 권리선언을 했다. "그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으니 언제든 용기 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피해를 말하고 싶을 때 주저되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할거니까요. ”우리의 뜨거운외침은 어느 때보다 따뜻함 봄을 불러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