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잡기’ 게임에 빠진 우리들
  • 이건희 기자
  • 승인 2018.03.1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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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갖가지 주제를 말하는 대학생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 주제는 ‘도덕성’입니다. 도덕성은 개인 혹은 집단을 칭송하고 손가락질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도덕성을 다르게 적용할까요? 요즘 대학생들은 과연 도덕성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자

나를 돌아보는 거울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도덕적인가요?” 괜찮습니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도덕적일 수도 있습니다. 긴 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남을 배려하는 방법을 고민하니까요. 아직도 당신이 도덕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의구심이 드나요? 그래도 당신은 최소한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겁니다.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여러분들은 무의식적으로 도덕을 쫓으며 ‘도덕잡기’ 게임을 하고 계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혜인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 전창원 학생(건국대 기술경영학과), 최광 학생(한양대 영미언어문화학과)과 함께 우리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도덕성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해봤습니다.  

  현실과 도덕책 사이

  사회자: 여러분들은 사람을 사귈 때 어떤 면을 주로 보나요? 도덕성을 주의 깊게 보나요?

  창원: 사실 처음엔 도덕성보다 외모를 먼저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도덕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죠. 외모나 첫인상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도덕성은 그 사람과 오래 인연을 이어나가도 괜찮을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죠. 그 사람의 도덕성은 사소한 언행에서 느낄 수 있어요. 식당에 갔을 때 다른 사람의 수저를 놓아준다던가 물을 따라주는 행동처럼요.

  : 도덕성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라 잘 와 닿지 않는 거 같아요. 대신 저는 성격이 착한지 아닌지로 사람을 판단하는 편이에요. 만약 ‘어떤 사람의 성격이 착하다’고 하면 그 사람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일 테죠. 우리가 흔히 ‘도덕성이 높다’고 말하는 기준과 비슷한 것 같아요.

  혜인: 저도 도덕성을 중요하게 보긴 하지만 창원씨나 광씨처럼 타인을 배려하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모습으로 사람의 도덕성을 판단하진 않아요. 앞에서는 도덕적으로 행동하더라도 뒤에선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잖아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서 그 사람의 도덕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야 그 사람의 진짜 도덕성을 알 수 있죠.

  사회자: 여러분은 왜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혜인: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도덕성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 사회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고 자기 이익만 좇는 동물 세계와는 다르죠. 인간도 동물처럼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욕망을 억제하고 도덕을 지켜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창원: 나에게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잖아요. 만약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이 나와 관계가 있거나 우리가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해는 더 심각해지죠.

  사회자: 어떤 피해가 있을까요?

  창원: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고위공직자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덕성이 부족한 공직자 때문에 국정농단 사태도 발생하고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요. 겉으로는 능력도 좋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로 보이지만 결국 도덕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죠.

  : 우리나라가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로부터 효나 예를 중시해왔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이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교 문화가 가부장제와 같은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른을 공경하거나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는 것처럼 도덕성을 엄격히 따지는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과거부터 이어져 온 유교 문화도 이유가 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도덕성을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하나요?

  : 우리나라는 도덕적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편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유명 메이저리그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성폭행 혐의도 받고 있잖아요.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가 도덕성을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단순히 실력만 좋다고 인정받긴 힘든 것 같아요.

  창원: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광 씨가 말씀하신 야구선수 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미국도 도덕적 평가 기준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비자도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도덕성으로 남을 평가하는 게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혜인: 저는 나잇대 별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유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어른들일수록 확실히 도덕성을 중시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비교적 유교 문화의 영향을 적게 받은 젊은 세대는 윗세대보다 도덕성을 크게 신경 쓰지 않죠. 제 주위만 봐도 공부는 잘하지만 도덕적이지 않은 친구를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반면 어른들은 ‘쟤는 공부는 잘해도 성품이 별로라 성공하지 못할 거다’라고 종종 말씀하시잖아요.

  사회자: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덕성도 높을까요? 

  창원: 도덕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도덕적 판단 기준과 실제 도덕성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도덕성을 강조하는 만큼 어릴 때부터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배웠잖아요. 아무리 타고난 본성이 나쁘다 해도 교육의 성과가 전혀 없진 않을 테니까요.

  혜인: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높은 도덕성이 잠재됐다고 생각해요.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사건이 터질 때는 불타오르죠. ‘저 사람 정말 실망이다’, ‘저 사람 도덕성이 바닥이다’라며 비도덕적인 사건에 분노하곤 하잖아요. 금세 달아올랐다 단숨에 식어버리는 모습은 아쉬워요.

  : 도덕성을 중시하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도덕성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각자 타고난 성품이나 성장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계속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엄격하거나 느슨하거나

  사회자: 우리 사회가 대체로 타인의 도덕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러나 타인을 도덕적 잣대에 따라 판단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존재하는데요. 특히 직업적인 재능이 중요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도덕성으로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혜인: 당연히 도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가진 재능이나 실력만으로 호감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도덕성을 포함한 그 사람의 종합적인 모습을 보고 좋아하게 되는 거죠.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라면 도덕적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창원: 저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도덕성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부족하다 해서 나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가수의 도덕성보다 노래를 들으면서 얻게 되는 만족감이 우선이에요. 마약으로 감옥에 다녀온 래퍼가 노래를 발표해도 많은 인기를 얻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처럼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한 연예인에 대해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사회자: 반면에 도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창원: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도덕적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잘못을 저질러도 비교적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결국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줄어들고요. 저는 물의를 빚은 사람에게 꾸준하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혜인: 공감해요. ‘A가 구속됐다’ 이런 기사는 사건 초반에 많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이후에 중간 과정이나 재판 결과는 비교적 잘 보도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창원: 사법부의 판단 기준도 엄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법부는 재벌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전관예우나 법관의 개인적 주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기도 하죠. 얼마 전 재벌 총수의 구속 기각을 두고도 많은 비판이 있었잖아요. 사법부가 외압과 주관을 버리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도덕성을 높이는 길이죠.

  혜인: 저도 지속적으로 도덕적 기준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사법부의 판결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때처럼 공적인 분야에서 중요하죠.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딱히 도덕성 평가를 강화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지금도 충분히 도덕 기준이 엄격하다고 느껴지거든요.

  : 최근 사회 각계 분야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잖아요. 일련의 비도덕적인 사건들이 밝혀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개개인의 도덕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느꼈죠. 아직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판단은 각양각색, 강요는 금물

  사회자: 그렇다면 적절한 도덕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나 부정부패 모두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동일하지 않죠.

  혜인: 죄에 경중이 있듯 도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도덕은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저건 심하다’, ‘저건 덜 심하다’ 느낌의 차이죠. 적절한 도덕적 기준을 딱 정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 맞아요. 적절한 도덕적 기준과 그에 따른 사회적 시선은 문화마다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못 봤어요. 하지만 이곳 서울 길거리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을 때가 많죠.

  창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은 아니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요. 과거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은 적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 그런 점을 고치기 위한 노력의 결과 지금처럼 깨끗하게 변한 거죠. 우리나라도 예전엔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무렇지 않았던 것처럼요. 결국 교육이나 문화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면 그 사회의 도덕 기준과 사회적 시선도 변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다른 사람의 도덕성을 평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창원: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요. 하지만 내 도덕적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보편화시키지는 말아야 해요. ‘쟤 좀 별로지 않아?’라고 하며 내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건 지양해야죠.

  혜인: 맞아요. 내 도덕적 판단을 남에게 강요해선 안 돼요. 사람을 볼 때 도덕성도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죠. 하지만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까지 그 사람을 싫어하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판단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의 도덕성을 판단하기 이전에 내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나도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사회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강요하는 것을 경계해야겠네요. 또 남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의 도덕성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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