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면 언어생활이 더욱 즐거워진다. 가령, ‘개다리소반’, ‘개나리꽃’, ‘개판 5분 전’, ‘개 멋있어’의 ‘개’가 서로 다른 ‘개’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하는 맛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까?

  ‘개다리소반’의 ‘개’는 동물 이름을 나타내는 일반명사 ‘개’이다. 상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를 닮아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개나리꽃’의 ‘개’는 야생의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개-’이다. 접두사 ‘개-’는 일반명사 ‘개’에서 유래했다.

  이와 달리, ‘개판 5분 전’의 ‘개’는 한자 ‘開(열다 개)’이다. 한국전쟁 당시 배식하기 5분 전에 “개판 5분 전!”을 외치면 피난민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배식을 받으려고 혼란스럽게 뒤엉키는 장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개 멋있어’의 ‘개’는? 이 ‘개’는 ‘Captain’이라는 영어의 일부분을 차용해 ‘캡 멋있어’라고 하던 말을 ‘캐 멋있어’로 쓰다가 ‘개 멋있어’로 쓰게 된 일종의 부사이다.

  이처럼 말의 유래를 설명해내는 연구 분야를 어원론이라고 한다. 어원론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언어 자료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충분하지 못한 자료들을 통찰력 있게 분석해야 하는 어려운 분야이다. 말의 표면만을 단순히 살펴보고 다른 말과 이리저리 연결해 붙이는 작업만으로 충분치 않은 일이다.

  조항범 선생님은 우리말 어원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 온 학자이자, 그 결과를 대중에게 보급해 온 국어 운동가이다. 조항범 선생님의 『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 우리말 어원 이야기』는 100여 개 단어의 근원을 소개한 대중을 위한 어원 자료집이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황소’와 ‘황새’는 노란색이라서 ‘황’이라는 말이 쓰였을까? 그렇지 않다. ‘황소’와 ‘황새’는 모두 ‘크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한’에서 온 말이 변형돼 현대에 와서는 ‘황’이 됐다. 단순히 말의 현재 형태만을 보자면 ‘황’이 ‘黃(누르다 황)’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한국어 바로 알기>라는 수업을 개발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수시로 참고했다. 어원 관련 대중서로 참고할 만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도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의 유래를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참고하길 추천한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한 <한국어 바로 알기> 강좌는 한국인 반과 중국인 반, 중국인 이외의 외국인 반으로 개설돼 있는데, 유독 한국인 반은 수강 신청 인원이 적어 폐강됐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꼭 이런 과목을 수강하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학기에는 좀 더 많은 학생과 우리말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개 멋있어’에 사용된 ‘개’의 어원은 나의 연구 결과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학기 <한국어 바로 알기> 수업에 참여하시라!

임현열 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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