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일궈낼 또 한 번의 도약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3.0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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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메인 스테이지. 하지만 무대 주인공의 뜨거운 열정은 조명과 관심이 꺼진 백스테이지에서도 계속됩니다. 새 코너 ‘백스테이지’에서는 메인 스테이지 뒤 중앙인의 시간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백스테이지’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중앙대 농구부’입니다. 농구부는 지난해 ‘2017 남녀 대학농구리그’에서 정규리그 준우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중앙대에 큰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매 경기 코트 위를 날아다니는 선수들의 뒤편엔 수만번의 날갯짓이 있습니다.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중앙대 농구부 선수들을 만나봤습니다.  

군산고와 연습 경기 중 손을 뻗는 성광민 선수
군산고와 연습 경기 중 손을 뻗는 성광민 선수.

물은 100℃에서 끓는다. 99℃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다. 1℃라는 작은 차이가 물 상태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1℃의 차이를 만들려면 가열을 멈춰선 안 된다. 오는 8일, ‘2018 남녀 대학농구리그’가 시작된다. 뜨거운 함성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계 전지훈련 내내 정점에 오르기 위해 99℃까지 올린 농구부는 남은 1℃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방학 막바지에 이른 지난달 23일 농구부의 백스테이지를 들여다봤다.

  뜨거웠던 겨울

  농구부의 겨울방학은 없었다. 농구부는 매서운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훈련에 매진했다. 양형석 감독은 “지시에 따른 맹목적인 농구는 아무 의미 없어요. 선수 스스로 왜 농구를 하는지 생각해야 하죠. 똑같은 훈련을 해도 이 생각의 여부가 큰 차이를 낳아요”라고 말한다. 능동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양형석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농구를 하는 이유’를 되새기며 훈련에 임했다.

  겨울방학 동안 농구부는 두 차례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1차 동계 전지훈련은 지난 1월 3일부터 1월 17일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다. 이 기간 농구부는 지방 고교 농구부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 또한 지난달 5일부터 열흘간 일본 구마모토현에 있는 동해대로 2차 동계 전지훈련을 떠났다. 선수들은 속도, 슛 그리고 개인기가 우수한 일본 선수들을 보며 배운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본 선수들이 체격은 작지만 기술이 좋고 빨라서 막기 힘들었어요. 들어보니까 저희보다 훈련도 더 많이 한다고 해요.”  

 

작전타임, 선수들이 양형석 감독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중이다.
작전타임, 선수들이 양형석 감독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중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수비! 수비!” 우렁찬 소리가 908관(체육관) 1층을 가득 메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에게 “영미!”가 있었다면 농구부엔 “수비!”가 있다. 농구부의 본격적인 하루는 군산고 농구부와의 연습 경기로 시작됐다. 중앙대 선수들과 군산고 선수들은 체격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패스, 슛, 속도에서도 군산고 선수들은 형들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양형석 감독의 작전 타임 요청이 들어온다. 선수들이 재빠르게 감독에게 달려간다. 두 눈은 감독을 향하고 양발은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양손은 등허리에서 맞잡는다. 분위기가 살벌하다. 감독의 표정엔 웃음기 하나 없고 진지함이 가득하다. 선수들은 주르륵 흐르는 땀을 닦을 때를 제외하고는 부동의 자세를 유지한다. 경기장에는 짧고 굵은 “네!” 소리가 연달아 들릴 뿐이다.

  작전 타임이 끝나고 다시 코트에 선 선수들은 더욱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군산고 선수가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자 경기를 지켜보던 군산고 선수 어머니가 “어머!” 하며 놀란다. 하지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박건호 선수(스포츠산업전공 3)를 보고 이내 마음이 놓인 눈치다.

  충전이 필요해

  812관(선수생활관) 1층은 선수들의 영양공급소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고기와 상추. “잘 먹겠습니다!”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기자님도 많이 드세요!” 처음 보는 기자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넨다.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사성이 밝다.

  아직 선수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밥숟가락을 놀린다. 밥 먹을 때만큼은 치열한 눈빛과 매서운 카리스마를 내려놓는 선수들이다. 배를 불린 후 향한 곳은 같은 건물 4층에 위치한 농구부 생활관. 선수들은 체력 회복을 위해 오후 2시 30분까지 낮잠을 청했다. 오후 경기에서 다시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꿀잠’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오후 경기 전 파이팅은 승리의 원동력이다.
오후 경기 전 파이팅은 승리의 원동력이다.

  몸 한번 풀어볼까?

  “빰빠밤! 빰빠밤!” 어디선가 EDM(Elec- tronic Dance Music)이 들려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 다시 체육관을 찾았다. 바닥에 튀기는 농구공 소리가 EDM을 더 리드미컬하게 만들어준다. 몇몇 선수들은 스트레칭하고 또 다른 선수들은 손목과 발목에 단단히 스포츠 테이핑을 했다.

  갑자기 음악 소리가 줄어든다. 이제 경기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선수들끼리 원을 만든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호를 외친다. 상대편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를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일종의 ‘주문’이었다. 다시 음악 소리가 커지더니 선수들이 기합을 넣으며 코트 안을 뛰기 시작했다. 전력 질주를 하다가 지그재그 스텝을 밟기도 한다. 앞의 선수가 달려 오면 하이파이브를 한 후 다음 선수가 뛰어나간다. 선수 한 명이 “파이팅!”이라 외치니 나머지 선수들이 “어이!” 한다. 마치 메기고 받는소리처럼.

박건호 선수기 넘어진 군산고 선수에게 손을 내민다.
박건호 선수기 넘어진 군산고 선수에게 손을 내민다.

  늦출 수 없는 긴장감

  체육관에 중앙대, 군산고, 여수 화양고 농구부 총 3팀이 모였다. 오후 첫 번째 경기는 다시 중앙대와 군산고의 대결이었다. 휘슬 소리와 함께 화려한 슛이 이어졌다. 덕분에 점수판을 다루는 선수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공이 림을 통과하자마자 전광판의 점수가 올라간다.

  갑자기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이 큰 목소리로 숫자를 센다. “5, 4, 3, 2, 1!” 공격 제한시간의 끝을 알리는 ‘삐-이’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슈팅한 공이 백보드에 튕겨 나오자 선수는 못내 아쉬운지 리바운드슛을 시도한다. 공은 림 위를 뱅글뱅글 돌며 ‘밀당’을 하더니 이내 골인!  

저녁 식사 시간, 선수들이 특별한 레시피를 선보인다.

  한입 가득 특별 레시피

  중앙대와 화양고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경기가 끝났다. 선수들은 열중쉬어 자세로 감독 앞에 섰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도 가쁘지만 묵묵히 감독의 말을 새겨듣는다.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선수들이 운동화, 수건, 물병 등을 가방에 챙긴다.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짐을 다 챙긴 신민철 선수(체육교육과 4)는 함께 경기를 치른 고등학생 선수들을 살뜰히 챙긴다. “얘들아, 빨리 저녁 먹으러 가자.”

  저녁을 먹으려는 순간 신기한 장면이 목격된다. 선수들이 간장, 참기름 그리고 버터를 한 숟가락씩 흰쌀밥에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저희만의 특별 레시피예요. 오늘은 밥이 입에 잘 안 맞네요.(웃음)” 순진무구한 웃음을 보인 선수들은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밥을 한입 가득 입에 욱여넣었다.

수림체육관 1층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선수들.
수림체육관 1층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선수들.

  재정비의 필요성

  칼을 갈아줘야 더 날카로워지듯, 훈련 뒤에 몸을 잘 정비해야 다음날 훈련에 지장이 없다. 저녁식사 후 약간의 휴식을 가진 선수들이 907관(수림체육관)을 찾았다. 수림체육관 1층엔 선수들을 위한 체력단련실이 마련돼있다. 자연스럽게 운동기구를 하나씩 고르더니 이내 힘을 풀가동한다. 서로를 잡아주며 힘을내는 선수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들이 있기에 오늘 밤도 힘을 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개강 이후 선수들의 일과는 더 빡빡해진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안성캠 소속 선수들은 오전에 수업을 모두 마치고 오후 3시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서울캠 소속 선수들도 수업이 모두 끝나면 안성캠으로 내려와 훈련에 합류한다. 학기 중엔 방학보다 운동 강도가 낮아진다. 훈련보단 실전에 힘을 실어야하기 때문이다. 리그가 시작되면 실제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5시부터 훈련을 진행한다. 경기를 체화하는 과정이다. 야간 운동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덧 시곗바늘은 ‘오후 11시’를 가리킨다. 그때부터 선수들은 밀린 과제 레이스를 펼친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잠드는 일은 다반사다. 농구부에게 24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다. 학업과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농구부의 24시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人stage 

  농구란 어떤 존재인지 묻는 질문에 이기준 선수(왼쪽·스포츠산업전공 2)는 ‘직업’이라고 답했다. 살아온 21년 중 10년을 농구와 함께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농구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농구다. 농구는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성광민(오른쪽·스포츠산업전공 2) 선수는 여름방학 전까지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지만 아쉬운 내색 하지 않는다. 프로농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기에 꿋꿋이 노력하는 중이다.

 

 

 

  농구부의 맏형 신민철 선수(체육교육과 4)는 이제부터 양 캠퍼스를 왕래해야 한다. 서울캠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난 오후 6시, 동기들이 집으로 향할 때도 그는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중앙대 농구부이기에 멈추지 않는다.

 

 

 

 

  양형석 감독은 “단 한번의 완벽한 슛보다 여러 번의 시도가 더 값집니다. 이것이 농구의 기본이죠”라고 말한다. 단순히 우수한 기술만으로는 승기를 잡을 수 없다. 슛을 위한 수많은 움직임이 승리를 만든다. 21명의 선수와 코치, 감독은 오늘도 이 ‘기본’을 마음에 새기며 도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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