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속 역설을 담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8.03.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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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들』
마리아노 아수엘라, 21세기문학, 2005

멕시코 혁명은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분수령이 된 중요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억압받는 민중이 독재 체제와 외국 착취 세력에 대응해 일어난 ‘아래로부터의 사회혁명’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작가 마리아노 아수엘라가 소설 『천민들 (Los de Abajo)』을 통해 드러낸 멕시코 혁명은 이러한 영광에 회의적입니다. 그는 자유를 향한 투쟁, 민중 해방 등의 이데올로기는 실제 멕시코 혁명 속에선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군의관으로 직접 멕시코 혁명에 참여했던 작가는 주인공인 데메트리오 마시아스의 삶을 통해 혁명에 가담했던 민중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마시아스는 모야 우아 마을 족장인 모니코의 모함으로 인해 연방군에 쫓기게 됩니다. 모니코가 마시아스를 혁명가 마데로의 추종자라고 연방군에게 고발한 것이죠. 그 길로 마시아스는 작은 무리의 우두머리가 돼 연방군과 싸워 승리합니다. 농부였던 마시아스가 혁명군이 돼 연방군과 투쟁하는 상황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연속되죠. 전투마다 용맹하게 싸우는 마시아스는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혁명에 휩싸입니다.

  “대장님, 혁명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혁명이 끝나면 마데로가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한 말처럼 이런 소리나 듣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친구들이여, 대단히 고맙소, 이젠 집으로 돌아가시오….’”

  한편 마시아스 동료 세르반테스는 혁명 성공 이후 민중이 처했던 현실을 염세적으로 드러냅니다. 1910년 마데로가 멕시코 1차 혁명인 ‘마데로 혁명’을 성공시킨 뒤 자신을 도왔던 군중에게 했던 말을 되새기며 말이죠.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과 달리 민중이 맞닥뜨리는 혁명의 끝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현실’입니다. 더 나은 삶을 낙관했던 민중들은 다시 삽과 곡괭이를 쥐고 허덕이며 살아가야 하는 ‘혁명의 이면’을 보여주죠.

  “나는 이 길의 끝에 다다르면 꽃으로 뒤덮인 초원이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가보니 늪이었어…. (중략) 남는 것은 오 직 이것뿐이지. 자네도 그들과 똑같은 악 당이 되어 버리든가, 아니면 지독하게 잔 인한 이기주의라는 벽 뒤에 숨어 사라져 버리든가 말이야.”

  나테라 혁명군의 솔리스는 혁명 이데올로기의 이상을 품었던 지식인이 맞이 하는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혁명의 이데올로기를 품고 혁명에 가담했던 지식인들은 권력 쟁탈로 번지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게 되죠. 결국 민중의 해방을 주창했던 세르반테스가 혁명이 성공으로 끝나기 직전 미국으로 떠나버리는 모습에서 작가는 이상과 달랐던 혁명의 현실을 강조합니다.

  마리아노 아수엘라는 『천민들』을 통해 혁명의 소용돌이 속 무의미했던 이데올로기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종결된 혁명 속 여전히 억압받는 민중의 모습을 비추며 ‘혁명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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