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크나 울림은 없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03.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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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우상화의 그림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이가 드물다.’ 논어(論語)에 여러 번 나왔을 만큼 공자는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하고 속이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인이 거짓되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진 않는지 의심하는 것은 현재에도 중요한 가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팬덤은 비판적인 태도가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전문가들과 함께 정치 팬덤이 주는 영향과 방향성을 알아봤다.

  맹목적 지지가 불러온 나비효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중대신문이 진행한 ‘정치 팬덤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총 202명의 설문 응답자 중 약 65.9%(133명)가 정치 팬덤의 활동이 연예인 팬덤처럼 이뤄지는 현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중 약 60.2%(복수응답, 80명)는 ‘지지하는 정치인을 향한 맹목적인 모습’을 이유로 꼽았다.

  이재석 교수(인천대 정치외교학과)는 정치 팬덤이 정치인에게 보내는 무비판적인 지지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정치 팬덤이 단순히 사적인 매력을 기준으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건 사회 전체의 균형을 위협해요.” 사회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맹목적 지지는 이견을 가진 정치인이나 정당을 배척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박주현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은 정치 팬덤 문화의 문제점으로 배타성과 관용 부족을 말했다. “우리나라가 선진정치와 비교해 토론 문화, 합의 문화가 부족해요. 정치 팬덤 역시 타협과 협치 문화에 미성숙하죠.” 정치 팬덤이 타 집단에 보이는 차별과 배제 그리고 소외 등의 배타적 성향은 유권자의 비판 적 판단력을 저해시킨다.

  이택광 교수(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 션학부)는 다양성을 저해하는 팬덤 정치가 포퓰리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팬덤의 등장과 함께 정치인에게 대중의 인기는 더욱 중요해졌어요. 그러나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는 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잖아요. 정치 팬덤이 가진 포퓰리즘 때문에 정치인이 ‘대세를 거스른다’고 판단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죠.”

  이미지에 현혹된 사람들

  안호림 교수(인천대 기초교육원)는 정치 팬덤을 정치적이기보다는 문화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정치인의 사진을 공유하고 생일을 축하하는 행위의 목적에 정치적인 의도가 크게 작용하진 않죠.” 하지만 정치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치인을 개인적인 매력보다 정치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정치 팬덤과 연예인 팬덤 문화가 비슷해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이미지 정치’였다. 응답자의 약 62.4%(복수응답, 83명)는 정치 팬덤 구성원이 정치 공약보단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로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이재석 교수는 팬덤 정치가 상징 조작을 통한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 정치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정권을 획득하고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여러가지 설득 방법을 사용해요. 그 중 감성적인 방식을 이미지 정치라고 하죠.”

  이재석 교수는 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사냥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푸틴 대통령이 대표적 예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도 이미지 정치를 권력 안정화 수단으로 쓰고 있어요. 결정에서 사적인 매력이 기준돼 심사숙고해야 하는 정책 판단에 영향을 주죠.”

  윤상철 교수(한신대 사회학과)는 정치 팬덤이 대중의 목소리를 정치인에게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정치적인 피드백이 이뤄지진 않다고 지적한다. “팬덤이 정치인의 정책을 재구성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하고 있어요. 피드백이 일상화되지 못한다면 정치인과 팬덤의 관계는 여전히 수직적 위계 구조에 불가하죠.” 정치인과 지지자 간의 수직적 관계는 민주주의란 가면을 쓴 왕정 정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택광 교수는 정치 팬덤이 정치 인을 단순히 유명인처럼 대하는 모습은 중세시대의 정치와 유사성을 띤다고 말했다. “정치 팬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과도하게 우상화하는 건 자유민주주의에 위배 되는 행동이죠. 왕을 숭상하던 중세시대와 다를 것이 없고요.”

  함께 만들어가는 정치공동체

  정치 팬덤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택광 교수는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치인은 자신의 이미지와 외향적 모습이 아닌 정책과 실질적인 활동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해요.” 정치인이 기존의 이미지 정치를 타파하고 활동적인 측면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철 교수는 정치 팬덤이 다양성을 이 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팬덤이 외부 대상에 관용적일 필요가 있어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공격성도 줄어들겠죠.” 과도한 배타성을 억제하고 사회 구성원을 위한 방향도 고려하는 태도로 정치에 접근해야 한다.

  이어 윤상철 교수는 팬덤이 아닌 지지자로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정치를 냉정하게 방관하면 권력에 지배당하고,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동원되면 과도한 갈등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죠. 중간 지점에서 편향된 시각이나 선입견 없이 정치와 정치 팬덤을 바라봐야 해요.”

  무엇보다도 정치 팬덤 스스로 팬덤 내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호림 교수는 정치 팬덤이 가진 특성을 살려 좋은 영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연예인 팬덤에서도 기부와 사회봉사 같은 긍정적인 팬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정치 팬덤 문화에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형태의 경쟁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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