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흐리기는 그만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03.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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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마음이다. 도대체 어느 집단까지 성폭력이 만연한지, 어떻게 해야 이를 바꿀 수 있는지 하는 절망과 허탈함에서 오는 감정인가보다. 최근 미투운동 뉴스를 접하고 난 심정이다.

  미투운동은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사실을 고백하면서 심각성을 알리는 SNS 캠페인이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였다. 미투운동은 미국에서 문화계뿐만 아니라 정치계까지 확장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투운동의 바람이 불었다. 이후 이윤택 연출가 등 문화계 인사를 향한 미투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미투운동을 향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발단이었다. 김어준 씨는 공작의 시각으로 볼 때 미투운동이 문재인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는 발언을 했다. 물론 해당 발언이 미투운동을 공작이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이후 여야 정치인들이 이를 두고 논쟁했고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정치 공작이라는 단어 선택은 미투운동 본질을 흐리기에 충분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이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고 이념 간 갈등으로 번질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미투운동은 피해자의 인권, 성적 자기결정권 그리고 인간성 회복 운동이다. 우리는 미투운동을 이념과 별도로 치부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가 여권 측근인지 야권 인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피해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본질을 꿰뚫어야 해결책이 보인다. 미투운동의 본질은 사회에 만연한 젠더폭력에 대한 고발이다. 젠더 폭력은 특정 성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을 일컫는다. 흔히 권력의 관계 속에서 상대의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타깃으로 삼아 이뤄지는 폭력 모두를 통칭한다. 젠더폭력은 성을 기반으로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이며 이는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이다.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도, 범행에 공조하지 못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미투운동을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참담한 마음은 결코 부정적인 감정만이 아니다. 참담함을 뒤따라오는 감정은 희망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는 시기를 겪는다면, 장밋빛 미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치적인 음해나 진영논리에 본질을 흐리지 말자. 국민의 지지와 본질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훗날 ‘나도 당했다’며 울분을 표출하는 여성들이 다시는 등장하지 않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Me_Too, #With_You


기획부 이주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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