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의리)!” 음료 광고 한 편이 소비자의 유머코드를 단번에 관통했다. 해당 광고는 공개 7일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한 것은 물론 음료 판매량도 한껏 치솟았다. 광고를 제작한 사람은 바로 안흥준 동문(산업디자인학과 93). 이 광고를 포함해 수백 편의 광고를 제작한 그가 무려 25년 만에 학사모를 쓴다. 광고 때문에 졸업을 잊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93학번 학부 졸업생이라니. 처음엔 조금 놀랐다.
  “예정대로라면 2000년에 졸업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4학점이 모자랐죠. 그다음 학기에 학점을 채우려고 했는데 친구 소개로 광고 제작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이 점점 더 바빠지는 바람에 졸업하는 걸 잊어버렸죠.”

  -그동안 계속 광고 제작 일을 한 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로 계속 광고 제작에 몰두했어요. 미술, 음악, 사진, 연출 모두에 관심 있어서 한때 진로를 정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광고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분야였어요. CF 감독이 된 지는 11년, 광고제작사 대표가 된 지는 6년째예요.”

  -학교에 돌아오기로 한 이유는.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았어요.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16년 2학기에 재입학을 했어요. 교수님도 당황하시고 후배들도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더라고요. 겉보기에도 나이가 많아 보이니까요.(웃음)”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만큼 늦게 졸업하는 학생이 없다 보니 처음엔 졸업과 관련해서 학교도 저도 헤맸어요. 4학점만 더 이수하면 졸업할 줄 알았는데 졸업 작품 전시가 남았더라고요. 졸업이 또 늦어진 거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밌었어요.”

  -과거의 대학과 현재의 대학을 비교하자면.
  “옛날에는 노는 느낌으로 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요즘 후배들은 매사에 신중해 보여요.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후배들이 안쓰러웠죠. 시설은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대학 다닐 때 한 공부가 광고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됐나.
  “아무래도 그림을 자주 그렸다 보니 콘티를 짤 때 수월했어요. 디자인 요소를 선택할 때도 큰 도움이 되죠. 의상, 세트, 자막을 포함한 미장센을 구상할 때처럼요.”

  -제작한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김태원씨가 출연한 ‘핫초코 미떼’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추운 겨울날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용평 스키장에서 촬영했어요. 리프트에서 “레디, 액션!”을 수백 번도 더 외쳤죠. 그때 김태원씨에게 “혼자 왔니?”라는 대사를 요청했어요. 콘티엔 없는 대사였는데, 그 대사 덕분에 광고가 인기를 끌었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잊을 수 없는 광고예요.”

  -앞으로도 CF 제작에 집중할 계획인가.
  “제작 의뢰가 들어오는 한 계속 CF 감독을 하고 싶어요. 다음 생애에도 감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이 일이 저에게 잘 맞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졸업이 늦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요. 또 경험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경험이 모든 일에 밑바탕이 되거든요. 아, 연애는 필수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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