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차 가해로 동아리 임원 인권센터 제소
“믿었던 동아리원들에게 외면당했다”
동아리와 피해자 각각 입장문 발표해 대립
중앙대 한 운동 동아리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는 공론화를 줄곧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센터는 동아리 내에서 발생한 2차 가해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오늘(30일) 해당 동아리와 피해자가 각각 입장문을 중앙인 커뮤니티(중앙인)에 게재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중대신문은 제보 및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사건을 시간순대로 정리해봤다.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들어봤으나 동아리 간부와의 연락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5일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A와 가해자 B는 일행과 함께 소속 동아리와 연계된 동호회 활동을 마친 후 피해자 A의 자취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자정이 넘게 이어진 술자리는 피해자 A가 만취해 잠이 들자 끝이 났다. 그러나 가해자 B는 일행과 헤어진 뒤 잠들어있는 피해자 A의 자취방에 다시 들어가 성폭행했다.
같은달 중순 가해자 B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준강간 혐의로 서울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현재 사건은 가해자 B의 거주지인 인천지검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두 달 이상 지났지만 동아리 차원의 대응은 없었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 한 동아리 간부가 피해자 A에게 가해자 B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이유를 묻자 피해자 A는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피해자 A는 동아리 간부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내부 공론화를 요구했다.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A는 “사건을 인지한 간부 몇 명이 초반에 위로와 가해자 처벌 등을 주장하며 함께 분노했었다”며 “그러나 내부 공론화를 요구하자 간부는 회의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피하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동아리 간부 및 부원의 말로 인해 피해자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가 공론화 진행 여부에 관해서 물을 때마다 동아리 간부는 ‘피해자인 너를 위해 공론화는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한 식사자리에서 ‘앞으로 술 적당히 마셔라’, ‘남에게 기대지 마라’라는 말을 들은 피해자는 충격에 빠졌고 귀가 후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다. 피해자는 “내부 공론화를 외면하는 동아리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받았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결국에는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가까운 동아리원으로 구성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입원 사실을 알렸다. 이 중 일부가 해당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이에 서운함을 느낀 피해자 A가 불만을 토로했고 피해자와 동아리원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피해자 A는 “평소 자주 어울렸던 이들에게 ‘우리 친했던 것이 맞느냐’, ‘위선이었던 것이냐’고 서운함을 표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동아리원과 다툼을 이유로 동아리 행사 불참을 요구받자 피해자 A는 동아리 부원에게 다시 폭언을 했다.
폭언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피해자 A 카카오톡 계정으로 단체 동호회 대화방에 피해자 A가 심정지로 사망하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동아리 측은 “심정지 사망 소식 3일 후 다시 본인 계정으로 깨어났다는 말과 함께 폭언과 협박이 있어 많은 동아리부원이 두려움에 떨었다”고 밝혔다.
해가 지나서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달 초 동아리 간부와 관계자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사건 해결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대화방에서는 피해자 A의 제명 등이 언급됐다. 중앙문화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에는 피해자 A를 지칭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또라이’라는 말 또한 등장했다. 동아리 측은 “제명 이야기는 일부 간부의 격해진 감정 때문에 나온 의견일 뿐 공식적으로 실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결국 전체 동아리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동아리 활동 중단 결정은 지난 16일 동아리 카카오톡 공지 대화방을 통해 전체 동아리원들에게 공지됐다. 대화방에는 해당 사건을 알지 못한 부원도 있었다. 간부는 공지문을 통해 “동아리 친목 모임 내 남녀 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동아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해결방법을 기다리던 피해자 A가 이에 분노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공지문에 적절한 사실관계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A는 “당시 어느 누구도 ‘남녀 간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통해서 한 사람이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공지방에서 피해자 A와의 설전이 이어지자 곧바로 한 간부가 피해자 A를 제외한 나머지 부원으로 구성된 카카오톡 대화방을 따로 개설했다. 개설된 대화방에서는 피해자 A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 부원은 해당 대화방에 피해자 A의 폭언 내용 캡쳐물을 게재하면서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 몇몇 동아리 부원들은 임원들에게 수고한다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여전히 정확한 사건 내용을 공지는 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초대된 모든 사람에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카카오톡 대화방의 존재를 몰랐던 지난 17일 피해자 A는 해당 사건 책임자로 동아리 회장을 인권센터에 제소했다. 피해자 A는 “동아리 내의 성폭행을 방관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며 제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인권센터 제소 다음날(지난 18일) 피해자 A는 동아리 간부들이 개설한 대화방과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대화방을 통해 이뤄진 2차 가해 사실을 인지했다. 피해자는 현재 동아리 간부 전체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동시에 동아리 간부의 2차 가해에 대한 사과문 게시와 동아리 간부의 접근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활동을 잠정 중단한 이후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동아리는 오늘 중앙인에 입장문를 게재했다. 동아리는 첫 번째로 성폭행 사건이 동아리 활동이 아닌 별도의 동호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A는 반박문을 통해 별도의 동호회 회비를 해당 동아리에서 관리하고 대다수 동아리원들이 가입된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리는 공론화 논의 과정에서 2차 피해자 발생 또는 실명 거론 문제가 발생해 섣불리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A는 “동아리 간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진행하지 않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간부가 하다못해 내부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으니 조심하자는 말 한마디조차 해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해자는 동아리 입장문 내용에 유감을 표했다. 환자 동의 없이 정신과 병력과 사망사실을 입장문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에 피해자 A는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공동체 문화를 비판했다. “평소 믿어왔던 동아리원과 동아리 간부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해결책도 없이 방관했다”며 “피해 사실을 밝혀도 묵인하고 방관하는 공동체에서 피해자는 아무 말도 털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사회도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5일 성평등위원회(성평위)는 피해자 A와 만나 면담을 진행했고 이후 인권센터와 연결해줬다. 성명서를 통해 2차 가해자에게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평등위원회 박지수(사회복지학부 3) 위원장은 “동아리 입장문 작성 과정만 보면 동아리 측 노력이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피해자에게는 어떤 효과를 주지 못했다”며 “간부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도 2차 가해다”고 말했다. 또한 성평위는 해당 사건을 거울삼아 사전과 사후 대처 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캠 동아리연합회(동연)는 지난 24일 성평위를 통해 해당 사건을 처음으로 인지했고 어제(지난 29일) 논의를 통해 2차 가해 상황을 파악했다. 서울캠 동아리연합회 김민진 회장(경제학부 2)은 “아직 인권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동연 차원의 징계 여부나 수위를 결정할 수 없다”며 “자체조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동연은 동아리 회장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