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죠. 근대의 역사 속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과 금융위기가 사회를 넘어 개인의 삶에까지 변화의 한 획을 그은 사건 아닐까요. 오늘날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사건들로는 도래할 4차 산업혁명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대만큼의 긍정적인 미래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이번주에는 금융위기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알아봤어요. 자 그럼, 함께 끄덕일 준비 되셨나요?

인간은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지나 네 번째 산업혁명을 기다리고 있다.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등의 핵심 기술은 산업부터 생활까지 삶의 양식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지난 1일 ‘중앙대학교 2017 추계 경영연구소 학술대회’가 ‘4차 산업혁명과 기업경영’을 주제로 열렸다. 그중 유시용 교수(경영학부)의 ‘금융위기와 4차 산업혁명’을 들어봤다. 

 많아도 적어도 문제, 빚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유사한 형태로 반복된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금융위기는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번 다시 찾아왔다. 유시용 교수는 수차례의 금융 위기가 공통적으로 ‘과다차입’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 부문의 과다차입이 뽑힌다. 1930년 차입금으로 인한 기업 파산은 3만 건 이상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한다. 

 “과다차입은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결국 경제 체제의 실패로 이어지게 되죠.” 과다차입은 기업의 운용 자금 중 차입금에 의존도가 높은 것을 뜻한다. 과다차입으로 빚을 상환할 수 없는 차입자는 부도를 선언한다. 남겨진 빚의 부담은 부실채권으로 은행이 떠맡게 된다. 부실채권의 증가는 은행의 손실을 의미하고 은행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면 은행도 부도를 선언한다. 다수의 은행이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은행 시스템이 실패하기에 이른다. 결국 경제 체제 전부가 무너지는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빚 때문에 일어났지만 빚을 만드는 차입 과정을 없앤다고 해서 금융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시용 교수는 채권 금융(debt financing)의 명암을 강조했다. “금융위기의 원인도 빚 때문이지만 금융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빚 덕분이죠.” 

 일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자본경영은 기업이 주식 등 소유지분을 매각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이점이 있지만 자기자본을 소진하기 때문에 수익의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차입경영이다. 외부의 자금을 빌려 경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기반으로 높은 순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차입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즉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을 기대하는 금융 시스템은 차입 과정을 전제로 존재한다.

빚의 터널 속 보이지 않는 빛

 이때까지의 금융위기들은 과다차입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의 금융위기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큰 위기라고 생각됐던 역사 속의 금융 위기들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이 되고 있지 않아요.”

 유시용 교수는 금융 위기 이후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에 우려를 표했다. 아래의 수요-공급 곡선 상에서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초기 균형점은 쭥지점이다. 통상적으로 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산업혁명은 수요-공급 곡선 상에서 공급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 개선된 기술 덕분에 더 적은 투입으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증가하고 가격은 감소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같은 원리로 공급곡선을 AS에서 AS1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부채의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급격한 수요의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 적정 변화 수준인 AD1을 지나 AD2까지 수요곡선이 이동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균형점이 생긴다. 증가한 공급곡선 AS1과 감소한 수요곡선 AD2가 만나는 ▲지점은 기존의 균형점과 비교해 생산량과 가격 모두가 낮아졌다. 저성장 저물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추세는 지속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률을 유지하는 경제 상태를 일컫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는 2008년 이전의 경제 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니 2008년 이후의 경제 상태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 채권펀드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 무하메드 앨 에리언이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뉴노멀에는 경제가 자연스럽게 회복 될 것이란 기대를 포기한 사회상이 담겨있다.

 한편 중국에도 뉴노멀과 유사한 의미의 ‘신창타이(新常態)’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고도성장기 이후의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다. 시진핑 총서기가 둔화된 성장 속도를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언급하며 사용했다.

 새로운 경제로 규정되기에 이른 장기적 경제 침체는 왜 일어난 것일까. 유시용 교수는 경제 침체의 원인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두 관점을 소개했다. 먼저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의 침체된 경제 상태를 1929년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표현에 빗대어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대침체는 실제 산출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잠재 산출량까지도 축소시키는 장기적 손상을 야기한다. 개인의 부정적 자기 예언이 부정적 결과를 촉진하듯이 지속된 저성장 속에서 앞으로의 산출량마저 미리 감소시키는 것이다. 결국 산출량은 계속해서 감소를 거듭하고 이에 따라 저성장 시대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한편 구조적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는 관점도 있다. 부채가 전제된 상태에서 부채를 갚기 위해 저축 성향이 증가하고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 경제 침체가 장기화 됐다는 주장이다. 초과 저축으로 인해 실질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저금리의 금융 시스템은 저수익으로 이어진다.

혁명의 기반이 될 수요

 유시용 교수는 이러한 시장의 측면에서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바라봤다.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급의 혁명인 동시에 수요와 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쳐요.” 새로운 기술은 생산 및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시장과 상호작용한다. 시장의 투자 결정으로 기술 개발 프로젝트 등이 이뤄질 수 있고 시장의 수요에 의해 기술이 선택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 기술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공급 측면에서는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수요 측면은 과다부채로 인한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너무 좋지만 그것을 사고자 하는 수요가 없는 것이죠.”

 수요의 주체가 되는 가계, 기업, 정부 모두 각자의 입장으로 수요를 늘릴 수 없다. 가계는 과다부채, 일자리 부족, 저출산·고령화 등의 이유로 소비 여력이 없다. 기업 역시 과다 부채 기업이 대다수이며 수익률이 높은 사업 자체가 보장되지 않아 투자를 멈춘다. 정부는 복지비용의 증가로 부채를 감수하고 있다,

 다시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시용 교수는 과감한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레버리지는 부채를 뜻하는 레버리지를 없애는(de) 것을 의미한다. 과도한 부채로 긴축됐던 소비와 수요를 다시금 진작시키기 위해 부채를 감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시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를 변수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유시용 교수는 정부가 금융기관, 기업 등을 대변하는 민간 영역과 협업을 통해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에 관한 규제를 완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 부여, 민간영역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등의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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