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졸업생 선거 개입했다”
선관위원장 사퇴 발언 두고 공방

선거지도위원회 소집 
기호 2번 당선 최종 확정돼

자연대 선거가 큰 혼란을 겪었다. ‘제30대 자연대 학생회 선거(자연대 선거)’ 과정에서 이의제기와 함께 ‘선거지도위원회’가 구성되며 선거 일정이 중지 후 재개됐다. 이후 재개된 선거에서 당선자가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결정됐다. 이번 자연대 선거의 쟁점은 제28대 자연대 신지원 학생회장(수학과 13학번)의 선거 개입 여부와 이인구 선거관리위원장(생명과학과 3)의 편파성 여부다.

  ‘하이라이터’ 선거운동본부(선본)는 개표일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통해 신지원 전 학생회장이 허위 사실 유포로 학생 자치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하이라이터 선본 조진경 정후보(물리학과 3)는“신지원 전 학생회장이 제가 이인구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또한 하이라이터 선본에 투표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9월에 열린 자연대 학생대표자회의에서 시작됐다. 당시 물리학과 학생회장인 조진경 정후보는 제29대 자연대 학생회장 선거 중 발생한 문제를 지적했다. 선거를 마치기 전에 ‘시너지’ 선본으로 출마한 이인구 선관위원장의 공약인 ‘학생회실 커피포트 구비’를 위해 선본원들이 돈을 모아 미리 커피포트를 산 것이다.

  조진경 정후보는 자연대 선거관리위원(물리학과 학생회장)으로서 이 문제에 해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준비했다. 그러나 성명서 공개 전 조진경 정후보는 선거 출마를 위해 물리학과 학생회장직을 사퇴했고 이인구 선관위원장이 입장문을 작성하면서 성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지원 전 학생회장은 조진경 정후보가 이인구 선관위원장 사퇴를 말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이라이트 선본은 준비했던 성명서는 선관위원장 사퇴 요구가 아닌 공정한 선거 요구였다고 밝혔다. 조진경 정후보(물리학과 3)는 “현 선거관리위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선거관리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는 게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졸업생이 허위 사실을 재학생에게 이야기하며 뽑지 말라고 한 것은 선거 개입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입장은 달랐다. 자연대 선관위원인 생명과학과 박경빈 학생회장(3학년)은 “예비 후보자 자격으로 선관위원장의 자격을 묻는 성명서 게재를 선관위원에게 요구했고 성명서 제목을 비춰 봤을 때 선관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시점을 고려했을 때 신지원 전 학생회장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터 선본의 두 번째 주장은 ‘이인구 선거관리위원장이 편파적이다’라는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기호 2번 ‘등불’ 선본이 자연대 선거시행세칙을 어겨 하이라이터 선본은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인구 선관위원장은 증거와 공식 문서가 있어야 이의제기 할 수 있다며 반려한 뒤 등불 선본에게 이를 알렸다. 하이라이터 선본은 선거 종료 이후 총 3가지 사항의 증거와 문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조진경 정후보는 “이인구 선관위원장이 등불 선본에 이의제기 사실을 알린 뒤부터 사소한 것으로 이의제기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그런 선거 환경 속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등불 선본 부후보가 ‘수학인의 밤’에서 선거 관련 발언을 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이의제기는 기각됐다. 선관위는 자연대 선거시행세칙에 당선 이후의 이의제기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 이의제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조진경 정후보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개표 이후 이인구 선관위원장이 선거에 관한 모든 사항을 이의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등불 선본은 기각된 사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등불 선본 민현기 정후보(물리학과 4)는 “이의제기는 선거 목적과 진행 상황에서 불공정했을 때 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하이라이터 선본의 이의제기는 자신의 선본에겐 유리하게, 상대 선본에겐 불리하게 하려고 신청한 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선 확정 공고를 앞두고 하이라이터 선본은 선거지도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선거지도위원회 소집 이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10분부터 자연대 선거 일정은 모두 중단됐다. 선거지도위원회는 ▲자연대학장 ▲학과장 ▲자연대 교학지원팀장 등으로 구성됐고 소집 다음날에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선거지도위원회는 외부인의 선거 개입 우려와 함께 이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선거 일정을 재개하며 선관위에서 학칙 등을 준수해 공정하게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종찬 자연대학장(화학과 교수)은 “학생 자치를 최대로 보장하는 수준에서 권고했다”며 “신지원 전 학생회장 징계 여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선거지도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선거지도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자연대 선거시행세칙 중 부족한 곳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일 오후 1시 2분에 다시 선거 일정을 재개했고 같은날 등불 선본의 당선을 확정했다. 하이라이터 선본도 결과에 승복했다. 조진경 정후보는 “성명서에 실명을 언급하는 등 섣불리 공론화한 점은 반성한다”며 “이번 사태로 학생들이 자치권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 공정성이 침해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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