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자가 피험자 5명에게 외국 음식이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요리를 건넵니다. 맛을 보고 어느 나라 음식인지 맞춰보라고 요청하면서요. 피험자들은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정답을 유추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정답이 적혀 있는 팻말을 든 상태죠. 각각 베트남, 대만 등 여러 국가를 답으로 제시한 뒤 팻말을 뒤집어 정답을 확인합니다.

  뒤집은 팻말엔 ‘개’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경악, 당황, 헛웃음, 분노…. 자신이 먹은 게 개고기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잠시 후 실험자는 “사실 당신이 먹은 건 개고기가 아니라 염소고기였다”고 ‘주장’합니다. 잠시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만 이내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합니다. 심지어 고기를 다시 집어 먹은 이도 있었죠.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뭔지 모르고 먹은 고기가 개고기면 기분 나쁘고 염소고기면 괜찮다니…. 괜찮은 것도 모자라 더 먹고 싶어지다니!

  이윽고 한 피험자는 “개고기는 안 괜찮고 염소고기는 괜찮다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접시를 밀어냈습니다. 이제야 공감할 만한 반응을 찾았습니다. 그러게 말이죠. 개고기면 뱉어야 하고 소고기, 돼지고기, 염소고기면 삼켜도 되는 걸까요?

  위 내용은 유튜브에 ‘개고기를 먹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실험 영상을 정리한 건데요. 영상은 끝까지 피험자들이 먹은 고기가 개고기인지 염소고기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영상 제작자는 ‘육식에 대한 이중 잣대’를 꼬집고 싶었다고 밝혔죠.

  저도 영상을 보면서 육식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피험자였다면 개고기인 줄 알았던 고기가 염소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고기를 선뜻 집어먹을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개고기를 뱉어냈다면 소, 돼지, 염소고기도 뱉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혹자는 개가 사람과 교감하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에 개고기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과연 개만 그런 걸까요. 소나 돼지도 무지막지한 덩치 때문에 애완동물로 적합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인간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 <옥자>, <워낭소리>와 경북 상주시 의로운 소 누렁이 같은 사례가 이를 방증하죠. 이러한 차별은 인간과의 감정교류 가능 여부와 인간에 대한 충성심을 척도로 생명의 경중을 판단하는 위험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도 개고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애초에 인간 가치관에 따라 특정 동물을 먹어도 되거나 먹지 말아야 하는 고기로 정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누군가는 소를, 누군가는 벌레도 친근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각자 주관적 기준을 가졌는데 누가 무슨 권리로 특정 동물은 먹어도 되고 다른 동물은 먹으면 안 된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곧바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고기 없는 식탁에 앉아 고민해 보려 합니다. 같이 하실 분!

홍설혜
뉴미디어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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