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인 말투와 몸짓을 가진 인물. 드라마 <남자 셋 여자 셋>에 등장하는 게이 ‘쁘아송’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게이는 소위 ‘여성스럽게’ 묘사된다. 마치 게이라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동성애자가 콘텐츠에서 획일화된 모습으로 다뤄지는 이유와 이로 인한 영향을 전문가와 분석해봤다.

  동성애자는 다 똑같을거야
  콘텐츠에 등장하는 동성애자의 모습은 전혀 다양하지 않았다. 대부분 비슷한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콘텐츠에서 동성애자는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만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에서 게이는 사실적이고 진지하게 드러나지 않고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다뤄질 뿐이에요. 게이는 희화된 모습으로라도 등장하지만 레즈비언 같은 경우에는 잘 다루어지지도 않고 있죠.”

  콘텐츠에서 적게나마 다뤄지는 게이조차 정형화된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유머 요소로써 말이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동성애자를 ‘일반적인 존재’가 아닌 ‘특이한 존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동성애자는 소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렇기에 정형화된 특성으로만 동성애자를 규정하는 거죠.”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여겨지는 동성애자는 과장하고 희화화하기 적합한 대상이 돼버렸다.

  김지학 소장은 정형화돼버린 동성애자는 콘텐츠에서  큰 비중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동성애자는 주변 인물로만 등장할 뿐이죠. 동성애자를 중심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유머 요소로만 소비되다 보니 중심인물로서 등장하기 어려운 거예요.”

  이경수 교수는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지나치게 완강하기 때문에 콘텐츠에서 동성애자가 다양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소위 말하는 ‘정상’의 범주가 매우 좁은 사회입니다. 콘텐츠에서 진지하게 동성애자를 다루기 부담스러운 분위기죠. 그렇기에 동성애자를 우스꽝스럽게 과장하고 희화화하는 방식으로만 겨우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가 만든 ‘비정상’이라는 잣대는 콘텐츠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단편적으로 드러난 동성애자의 모습은 단편적인 인식만을 주입했다. 김지학 소장은 그런 인식이 다양한 현실 속 동성애자를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는 각자 개별성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이성애자와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전형적인 모습만 다룬다면 대중은 동성애자는 꼭 특정한 모습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죠. 결국 동성애자 개개인의 개별성을 억압하게 되는 겁니다.” 콘텐츠에 다뤄지는 모습만이 ‘당연’하게 인식될 때 정형화된 모습과 다른 동성애자는 일상이 아닌 허상이 됐다.

  볼 수 있어야 바뀔 수 있다
  물론 콘텐츠 속 묘사된 동성애가 부정적인 인식만을 전파하는 건 아니다. 콘텐츠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다룬 영화가 의과대학생의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효과」(김철권, 2013)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다루는 영화 관람 후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호의적으로 변했다. 콘텐츠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해소할 능력이 있던 것이다. 

  김경태 강사(다빈치교양대학)는 콘텐츠에서 동성애자의 노출을 증대시킨다면 그들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동성애의 가시성을 확대한다면 대중이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죠.”

  이경수 교수는 깊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콘텐츠에서 동성애가 많이 노출되고 자주 인용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성애가 처음부터 만족스러운 형태로 등장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지속해서 노출되다 보면 깊이 있게 접근하는 콘텐츠, 또는 단지 소모적인 소재로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도 증가할 것입니다.” 일단 보이고 인식돼야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시성 확보가 우선적인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모습 속엔 정답이 없다. 김경태 강사는 콘텐츠 속 동성애자의 재현을 동성애자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로써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이가 소위 ‘여성스럽게’ 재현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여성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치중된 게이의 재현이죠. 콘텐츠 속 동성애자의 모습을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재현으로 나눠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게이가 소위 ‘여성스럽게’ 재현되는 것을 부정적인 재현이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애초에 다양한 동성애자의 모습은 긍정 또는 부정으로 구분될 수가 없는 것이다.

  콘텐츠 속 동성애자를 지금과 다르게 드러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슬기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콘텐츠가 동성애자의 일부분만이 아닌 전체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동성애의 존재 자체를 거부했던 한국에서 동성애가 어떤 방식으로든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합니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지속적이면서도 건강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죠. 동성애자라는 특수성만 다루지 않고 일상적인 삶의 일부로 묘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김지학 소장은 콘텐츠에서 동성애자들을 일상적인 삶의 일부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저 다양하게 보여주면 된다고 설명한다. “동성애자를 정형화된 하나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다각적이고 다양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동성애자는 그저 개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끔 만들어야 하죠.” 콘텐츠 속 동성애자에게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역할만을 주기보단 다양한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동성애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다채로운 세상을 구성하는 각각의 수많은 일상 중 하나인 것이다.
허종준 기자 jjhur1007@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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