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 없이 담아낸 일상
평범함이 주는 역설

남을 통해 보는 나
순간의 가치를 높이다

 

평범함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다. 상대의 안위를 살피는 인사말에는 ‘너의 삶이 궁금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문장이 의미하듯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의 삶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브이로그’는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브이로그는 타인이 집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가족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브이로그를 통해 어떤 만족감을 얻고 있는지, 브이로그 시청자에게 물어봤다.
 

  비슷해서 통하는 마음

  송은서씨(19)에게 브이로그 시청은 재미있는 취미 생활이다. 그는 주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에 브이로그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한다. “브이로그를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편안해요. 다른 콘텐츠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아서 하루 동안 지친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죠.” 송은서씨는 브이로그를 보면서 재미와 안정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타인의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신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한편 임승연 학생(충북대 경영학부)은 브이로그를 편안한 친구로 생각한다. “주로 혼자 식사할 때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브이로그를 봐요. 혼자 있다는 편안함과 여럿이 있는 듯한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임승연 학생은 낯선 환경에 지쳐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마다 찾는 게 브이로그다. 브이로그의 매력은 특별한 대화나 직접적인 교류 없이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 속 ‘나’와 브이로그 속 주인공은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며 살아간다.

  브이로그가 재미있는 이유는 ‘주변’의 이야기라는 친근함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문지원 학생(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은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로 친숙함을 꼽았다. “브이로그를 보면 브이로거가 옆에 있는 친구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생판 모르는 타인의 일상을 보는 건데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죠.” 브이로그에는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과 풍경이 녹아있기 때문에 타인의 삶에도 충분히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가까워진 너와 나

  나와 비슷한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김혜린 학생(동국대 국제통상학전공)은 브이로그를 보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살고 있다는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김혜린 학생은 주로 20대 ‘집순이’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본다. 영상에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 전형적인 집순이의 하루가 들어있다. “브이로거가 집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요. 다른 사람도 나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에 내심 안도하곤 하죠.” 빠르게, 그리고 열심히 살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브이로그를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송은서씨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브이로그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브이로거가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이로거가 고양이와 생활하는 일상을 보면 가끔 인사하는 앞집 고양이가 생긴 기분이에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조금은 충족되죠.” 직접 하지 못 하는 일을 브이로그를 통해 바라봄으로써 욕망을 간접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먼 사람이 아닌 평범한 주변 사람이 행동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대리만족의 정도도 높다.

  브이로그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남의 일상 속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을 발견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김혜린 학생은 브이로그에서 자취 생활에 필요한 ‘꿀팁’을 얻는다. “자취생의 브이로그는 나와 생활반경이 비슷하고 하는 행동도 유사해서 참고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자취생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간편 요리 같은 영상을 많이 참고하죠.” 브이로거와 시청자는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생활을 나눈다. 이처럼 일상을 담은 평범함은 각자에게 저마다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를 바꾸는 힘

  “기록은 특별하거나 기억할만한 일을 영원히 남기는 작업이잖아요.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죠.” 임승연 학생은 타인의 ‘특별한’ 일상을 보며 자신의 일상 역시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브이로거가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면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특별함이 부여됐다. 그러한 과정에서 시청자는 브이로거와 비슷한 자신의 하루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브이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이 당연한 삶의 일부가 아닌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일상의 특별함은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송은서씨는 브이로그를 시청한 이후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여행을 가는 일상을 찍은 브이로그를 보면서 그동안 여유를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를 모아 바로 가평으로 떠났죠.” 타인의 일상을 통해 자신의 빈 곳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간 것이다. 브이로그 제작자와 시청자는 저마다, 또 함께 발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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