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얼굴인 1면은 기사의 배치만으로도 편집자의 의도를 헤아릴 수 있다. 제1908호의 1면은 안성캠 기숙사 문제, 310관 엘리베이터 고장, 서라벌홀 화장실 침입 등 학생의 살결에 직접 와 닿는 기사들로 짜여졌다. 총 4개의 면을 할애해 ‘학생자치기구 공약 이행 점검’을 다뤘음에도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정보를 앞서 제공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종종 기자들의 노고가 더 묻어난 기사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고 싶기 마련이다. 허나, 이는 편집자 중심적 시각이다. 독자들이 더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대신문의 ‘독자 중심적’ 편집을 앞으로도 응원하겠다.

  마찬가지로 학내언론은 기사를 통해 구성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캠퍼스 내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제1908호에서는 1면과 공약이행 점검 기사들로 중앙대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전했다면, 이후 종합면과 기획면에서는 예술대 전임교원, 미디어가 그려낸 여성, 게임 속 혐오표현 등의 의제로 캠퍼스 내 활발히 논의되는 담론들을 이끌어 갔다. 특히 브리핑룸에 게재된 ‘少숫자 살피기’ 코너는 중앙대 내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숫자로 짚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읽기도 편하고 이후 심도 있는 기획성 기사로 키워낼 여지도 있어 눈여겨 보게 된다. 이처럼 수치와 데이터를 활용해 상징적인 의미를 뽑아내는 분석기사는 중대신문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적인 지면 활용에 있어 ‘텍스트의 압박’이 전보다 심해졌음을 느낀다. 중대신문의 특징으로 손꼽히던 파격적인 사진 구도와 세련된 면 구성이 전에 비해 경직된 듯하다. 맛깔 나는 편집은 좋은 기사에 날개를 달아준다. 학내언론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기성 언론이 흉내 낼 수 없는 면 구성을 꾸준히 도전하길 권한다.

조재석
고대신문 편집국장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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