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중대신문 문화부가 의욕적으로 연재하고 있는 ‘클리셰 들여다보기’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자주 반복돼 진부해진 설정’의 ‘의미들을 파헤쳐 보려’는 기획 의도가 참신하고 클리셰를 ‘파헤쳐 보’는 솜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1908호에는 내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여귀’를 다루고 있어 더 꼼꼼히 읽어 보았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한 달 주기로 영화가 바뀌던 동시상영관에서, 그때 내가 본 영화들은 한국 공포영화와 한국 주먹영화 그리고 중국 무협영화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열광했던 영화 대부분은 지금 다시 보려 하면 채 5분도 견디지 못할 그렇고 그런 영화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을 다시 본 영화가 권철휘 감독의 1967년 작 <월하의 공동묘지>이다. 

  전문가들은 <월하의 공동묘지>를 ‘한국 여귀 상을 세운 영화’로 평가한다. 처첩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남편은 결코 단죄되지 않는다. 사악한 첩실 ‘난주’를 징벌한 본처 ‘월향’은 남편 한수에게 아들 영진을 맡기고 승천한다.
해당 영화는 남성중심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처첩 갈등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착한 아내와 악한 첩실 간의 익숙한 선악구도와 권선징악이라는 서사는 진부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가부장제 가정 속에 편입시켰다. 오히려 남성중심 가부장제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이번 기사의 분석과 해석은 매우 적절하고 적정하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키워드를 다룰 때 시도했던 ‘클리셰 비틀기’를 생략했다는 점은 아쉽다. 한국 공포영화의 형식과 문법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를 읽어냈다면 더욱 알찬 기사가 되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다음 기획이 벌써 궁금해진다.


류찬열 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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