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족, 셰익스피어를 만나다」에서 인류학자인 로라 보하난은 비문명지역에서 살고 있는 티브족과 『햄릿』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티브족은 햄릿의 작은아버지가 벌인 만행들을 당연하다고 여겨 햄릿의 복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말을 하는 유령의 존재를 부정했다. 필자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미개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들의 눈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진실 되게 느껴졌다. 어째서 문명화되지 못한 티브족에게서 진실한 무언가를 발견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해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으로 고찰해보았다. 

  ‘합리적 이성’을 통해 고도의 물질문명을 이룩한 현대인들은 ‘정답’을 신봉하며 과도하게 많은 것들을 확신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주관적 확신은 무한하리만큼 커다란 세상을 자신이 만든 틀에 강제로 끼워 맞춰 축소시켜 나간다. 결과적으로 확신은 개별적인 것들을 보편적 법칙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맹목적 믿음을 갖게 되어 무엇이 진리이고 ‘참’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 어떤 이들은 선, 악과 같은 본질적인 영역과 도덕적, 윤리적 측면과 같은 상대적인 영역을 이성적인 논리를 통해 진리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보편적인 진리는 될 수 없다. 우리의 경험과 이성은 결국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틀 속에서만 성립할 뿐이다. 형식은 결국 형식일 뿐이다.

  티브족은 세상의 자연적 원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현대인들이 아버지의 유령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로 표현하려 노력하는 데에 비해, 티브족은 죽은 사람이 사후에 존재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유령이 주술사에 의한 저주일 뿐이라 말했다. 티브족은 유령과 같은 알 수 없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것은 그저 알 수 없는 것일 뿐이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그들에게 인간은 커다란 세상 속에 속해있는 조그만 존재일 뿐이었다.

  그들은 현대인의 입장에서 ‘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 속에 고독하게 서있는 한 명의 ‘인간’일 수 있다. ‘알 수 없는 것’을 안다는 것은 세상이 내 생각보다 커다랗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며, 스스로의 작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이것은 곧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인식은 틀에 박힌 세상에서 벗어나 더 커다란 세상을 맞이할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막상 실천하고자 하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쉽지 않음에도 끊임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이것이 더 넓고 진실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을 알아감으로써 정해놓은 ‘정답’이 편견일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을 시작으로, 타인과 세상을 인정함으로써 진실로 존재하는 ‘세상으로부터의 나’와 ‘세상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박종민 학생

문헌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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