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하루에 로그인해 볼래요?
  • 김강혁 기자
  • 승인 2017.11.20 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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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g(브이로그)’. ‘Video’와 ‘Blog’의 합성어로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영상을 말합니다. 기존에 <나혼자산다>, <아빠 어디가> 등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하지만 요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하루를 담은 브이로그가 뜨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들의 일상, 함께 들여다볼까요?


영상으로 쓰여진 일기, 브이로그

 

일기장은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그 속에는 그가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요즘의 일기장은 단순히 문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책의 역할은 카메라가 대신하고 연필은 준비할 필요가 없다. 종이에 눌러 적던 하루 일과는 카메라 메모리에 저장된다. 책장에 꽂혀있던 일기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다. 브이로그가 바로 그것이다.

 

  브이로그, 일상의 동의어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평일, ‘혜인 heimish’ Youtube(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평범한 직장인 이혜인씨(25)는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잊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카메라의 전원을 켜는 일이다. 늘 그랬듯 빠듯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늦지 않으려 헐레벌떡 뛰었다. 회사에 도착해도 카메라 전원은 그대로다. 업무를 보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모습까지. 카메라에는 그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혜인 “브이로그는 생생한 일기장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이 곧 내용이 되기 때문이죠. 꾸밈없이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에요. 얼굴이 나오게 카메라 앵글을 잡은 다음엔 저만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요. 당장 느껴지는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을 카메라에 대고 말하기도 하고요. 제가 보내는 일상에 카메라만 ‘ON’ 해놓는 거죠!(웃음)”

  뉴욕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박종규 씨(29)의 브이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Jon Park Vlogs’ 유튜브 채널은 뉴욕에 있는 대학 캠퍼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어… 저는 지금 학교에 가는 중이고요. 항상 이 메트로 카드를 이용합니다.’ 그 역시 카메라를 켜놓은 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잔디밭에 앉아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등 편안한 하루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미용실에서 머리를 정리하고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모습까지 영상에 담긴다. 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카메라는 박종규씨와 한 몸이다.

  종규 “UCC는 사전에 대사와 콘티를 준비해야 하잖아요. 그에 비해 브이로그는 특별한 계획 없이 간단하게 자신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표현할 수 있죠. 제가 좋아하는 요리나 패션, 운동같이 제 생활이 영상에 그대로 드러나요. 이런 단순함 때문에 시청자들이 브이로그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요?”

  실제로 세계 최대의 동영상 웹사이트인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검색했을 때 약 9380만개의 관련 영상이 표시됐다. 학교생활부터 육아, 여행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어느새 브이로그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모두와 공유한

나만의 일상

 

  준비물은 단 하나, 자연스러움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이든 미러리스 카메라든 휴대하기 편하다면 무엇이든 좋다. 준비한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내 모습을 앵글에 담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루를 보내면 브이로그 촬영 끝. 어느새 카메라 메모리 속에는 내 삶이 저장돼 있다. 임현주 씨는 그의 유튜브 채널 ‘쥬쥬로그’를 자신만의 솔직한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현주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를 사용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죠. 카메라에 제 얼굴만 나오면 돼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꾸미지 않은 저만의 모습을 솔직히 보여주면 저만의 브이로그가 완성돼요.”

  물론 초보 브이로거에겐 이러한 과정이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게 민망하기만 하다. 애써 촬영을 마쳐도 영상을 편집하느라 주구장창 컴퓨터 앞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이수빈 학생(동국대 경영학과)은 ‘행복하숩’ 유튜브 채널에 올릴 10분짜리 브이로그를 만들기 위해선 무려 5~6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수빈 “아직은 영상 편집이 너무 어려워요. 표현하고 싶은 영상 효과를 자유롭게 만들지 못할 때면 너무 답답하죠.(웃음) 인터넷으로 영상 편집 방법을 설명한 자료를 참고하며 만들고 있어요. 더욱 실력을 키워서 앞으로는 쿡방, 먹방 같이 다양한 종류의 브이로그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도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솔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솔함을 보여주는 그 자체를 즐긴다면 당신도 충분히 브이로거가 될 수 있다.

  종규 “물론 처음에는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브이로그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어요. 하지만 브이로그는 곧 자연스러운 일상이잖아요! 자신이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해요. 브이로그 촬영을 즐긴다면 더욱 즐겁고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봐요.”

 

하루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
  내 일상을 영상으로 남긴다는 것. 누군가에겐 귀찮고 쓸데없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일과를 종이에 풀어쓰면 그만이지 않을까. 사진으로 순간을 포착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상에는 글과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수빈 “브이로그는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고 봐요. 영상만이 전할 수 있는 생동감이 저마다의 개성을 더욱 부각시키죠. 영상에는 그 사람의 모습이나 말투, 성격이 생생하게 묻어나잖아요. 그래서 수많은 브이로그들이 있지만 영상마다 느껴지는 분위기는 모두 달라요.”

  현주 “영상은 제 일상을 솔직하고 현장감 있게 기록할 수 있어요. 그때마다 느낀 감정과 행동이 그대로 드러나 있죠. 그래서 저에게 브이로그는 인생의 한 부분이에요. 문득 ‘그땐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제 예전 브이로그 영상을 보곤 해요. 그걸 보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웃음)”

  밖으로 공유된 일상은 서로를 친구로 만들어 준다. 이혜인씨는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쁜 생활에 치여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고 혼자가 된 듯한 외로움을 겪었다. 하지만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그의 일상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의 영상을 꾸준히 구독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혼자가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다.

  혜인 “브이로그에서 보여주는 제 일상은 오로지 저 혼자만 지내는 일상이 아니에요. 제 하루를 공유하고 시청자와 끊임없이 교류하기 때문이죠. 브이로그를 촬영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제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됐어요.”

  브이로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또 익숙하다. 우리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브이로그는 영상으로 기록한 우리의 일기이자 하루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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