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어요. 분명 내 마음인데도 무슨 마음을 가졌는지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조차 알 수 없곤 하죠. 그럴 때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 이론이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해요. 종종 심리연구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심리학이 ‘어떻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연구하는 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심리학의 정체와 연구 방법, 심리학으로부터 진정한 도움을 받는 법을 알아봤어요. 당신이 알던 심리학은 과연 진짜 심리학이었을까요? 자 그럼, 함께 끄덕일 준비 되셨죠?

 

 

‘OO을 선택한 당신, △△△한 성격을 가지셨군요!’ 간단한 심리테스트에 응하면 볼 수 있는 흔한 문구다. 어린 시절 재미 삼아 했던 심리테스트로 처음 접했던 심리는 때론 점쟁이처럼 때론 조언자처럼 개인의 마음을 간파하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힐링을 주는 글귀, 고민을 다독여주는 책으로 심리학을 접한다. 심리학은 일상 속에서 함께 존재했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다. 심리학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를 풀기 위해 지난 7일 좬당신은 심리학에 속았다좭(재승출판 펴냄)의 저자 허용회 강사가 강단에 섰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서

  심리학은 본래 철학의 영역이었다. 인간을 연구하는 철학 속에서 심리의 개념이 생겨났다. 심리학의 독립은 연구 방법론에서 이뤄졌다. 철학이 인문학적으로 인간을 탐구한다면 심리학은 자연 과학적으로 인간을 탐구하기를 선택했다. “심리학은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에요.” 실제로 심리학은 1879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내 심리학 실험실이 설치된 것을 기점으로 학계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게 됐다.

  그래서 연구 방법은 심리학의 핵심이다. 초기 자연 과학적 접근으로 가장 신뢰성을 얻었던 학풍은 ‘행동주의’ 심리학이다. 인간을 자극과 반응의 연속체로 전제하는 연구 방법이다. 그러나 특정 자극으로 유발되는 반응의 인과관계 속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선택은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행동주의 심리학에 따른 엄격한 육아법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엄격한 육아법은 아기는 엄마가 주는 먹이라는 자극에 엄마를 따르는 반응을 보인다는 행동주의 가설을 전제한다. 이들은 아이에게 먹을 것만 제대로 주면 충분한 양육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시기 영아 사망률은 폭증하고 만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히 자극에 일정 반응을 보이는 기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심리학은 완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을 연구한다는 것은 깜깜한 동굴을 불빛 없이 통과해내는 과정이었어요.” 허용회 강사는 마음 연구라는 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어떻게 측정하고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해결을 위해 자연 과학적 방법에 따라 ‘조작적 정의’를 차용해 특정 개념 등을 정의했다. 심리의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선 리커트 척도, 심리 척도, 자기 보고식 측정 등의 방법을 개발했다.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화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측정에 대한 고민이 많은 연구가 믿을만한 연구에요.” 허용회 강사는 방법론을 중요시하는 학문인 만큼 이를 수용할 때에도 결과와 함께 측정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심리학 연구에 대해선 연구 방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인용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심리 연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사조차도 결과로만 구성된다. 가령 ‘여성, 첫 데이트 시 ‘쩍벌남’에게 더 큰 호감 느낀다’라는 식의 보도에는 신뢰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행복의 심리학

  “초기 심리학은 인간의 불확실함과 비합리적 본성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학문적 독립성을 가졌지만 심리학의 발전 방향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다른 학문이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부주의, 편견, 고정관념 등을 찾아내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많은 심리 장애들이 규명되고 이에 필요한 치료법이 고안됐다.  

  현대에 들어서 심리학자들은 성찰을 시작했다. 오랜 연구 끝에 심리 장애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심리학을 통해 인간이 행복에 이르렀는가’하는 물음에는 답할 수 없었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거든요.”

  이때 등장한 학문이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이전의 심리학은 ‘나쁘지 않음’을 연구 목표로 했다면 긍정심리학은 ‘좋음’의 심리에 도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심리학은 심리 현상의 ‘양면성’에 주목한다. 심리 문제에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어두운 측면을 없애는 것보다 심리 현상의 ‘양면성’을 고려해 균형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허용회 강사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민 중 하나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남들과 저를 자꾸 비교하게 돼요. 남보다 잘하는 분야를 보며 정신 승리를 하고, 못하는 분야에는 열등감을 느껴요.’ 

  부정적 측면에만 주목한다면 이 고민은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해결된다. 그러나 모든 심리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조언은 무책임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비교 자체를 멈추면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점까지도 포기하는 것이다.

  고민의 내용에선 비교로 겪게 되는 심리적 불균형 상태만을 나열했지만 인간에게 비교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사람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성취의 자극을 받거나 동기부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야 신중한 결정도 내린다. 반면 착각일지라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마음은 회복 탄력성이나 적응력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허용회 강사는 프로이트의 ‘성격이론’을 근거로 심리 균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자아로 구성된다. 식욕과 성욕 등 본능을 의미하는 ‘원초아’, 윤리와 가치관 등을 의미하는 ‘초자아’ 그리고 원초아와 초자아를 중재할 수 있는 ‘자아’가 균형을 이뤘을 때 건강한 심리를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심리 장애는 특정 영역의 과잉에서 비롯된 결과다. 어떤 심리 증상이더라도 그것을 하고 말고의 접근이 아니라 증상의 정도를 경계하고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당신의 마음에서 일어난 심리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기 부정이에요. 심리의 당위성을 따지기 전에 그 심리를 가진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 먼저죠.”

 

네 자존감을 지켜줄게

 그러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때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자아 존중감(자존감)’이다. 자존감은 가치, 능력, 통제의 차원에서 자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늘날 자존감에 대해선 학술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유례없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허용회 강사는 자존감을 주제로 한 심리학 연구들에서 일관성을 발견하기 어렵고 자존감에 관한 정의도 합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존감을 일시적인 상태 개념으로 볼 것인지, 지속 가능한 특질 개념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자존감과 자존감의 안정성을 다른 영역으로 분리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자존감이 높더라도 일시적으로만 높은 사람과 높은 자존감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사람은 다른 심리 상태를 보인다. 자존감과 자존감 안정성의 메타 분석 결과로 나타난 그래프가 서로 다르다는 연구는 두 개념의 분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의 자존감을 일시적으로 발화시키는 것은 간단해요.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허용회 강사는 자존감 안정성을 키우는 방법으로 ‘자존감 분산투자’와 ‘자존감 네트워크’를 꼽았다. 

  자존감 분산투자란 자존감의 원천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전략이다. 만약 한 분야에서의 실패로 자존감이 무너지더라도 다른 분야를 통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은 혼자서만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은 인간의 욕구는 위계로 구분 가능하며 하위 욕구가 충족돼야 상위 욕구를 가진다는 이론이다. 가장 낮은 욕구인 생리부터 안정, 애정과 소속감, 존경 그리고 가장 상위의 욕구인 자기실현으로 구성된다. 자존감과 관련된 욕구인 자기실현의 하위 욕구는 애정과 소속감, 존경이다. 결코 혼자서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다. 

  따라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존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속에서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애정과 소속감, 존경을 표현함으로써 상대의 자기실현을 도울 수 있다. 개인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는 것은 주변 사람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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