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부단한 변화를 거듭하였다. 전통적으로 장애는 개인적 비극 혹은 건강 문제에서 발생한 생물학적인 결과로 인식되어 왔으며, 장애인은 열등하고, 비정상적이며, 아프고 불쌍한 존재라고 비장애중심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되었다. 따라서 의학, 심리,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의 학문은 장애인의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손상의 원인, 진단, 예방 및 치료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또한 장애인은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신의 손상을 수용하고 순응하거나 혹은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것을 기대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등장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의 원인이 개인의 손상으로 인한 제한과 한계가 아니라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장애인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사회적 장벽에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개인의 생물학적 손상을 개인이 겪는 차별과 억압의 핵심적 요소로 간주하던 패러다임이 장애인의 삶에 적합하지 않게 구성된 사회를 차별과 억압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청각장애인 인구 비율이 높지만 모든 사람이 음성언어와 함께 수화를 사용하는 융합문화를 만들어 청각장애인이 소수자로 취급받지 않도록 한 북미의 한 섬 이야기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장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원인이 문화적 실천, 경제 시스템, 사회구조 등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중앙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장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학교를 지향한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도 낙인과 분리의 대상이었던 흑인들의 인권 운동이 흑인에 대한 자부 문화를 형성하며 진행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들도 장애인 스스로 부정적인 장애인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장애를 사랑하고 바른 장애 정체성을 확립하며 장애 자부심(disability pride)을 지닐 수 있는 중앙대 문화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화는 한 존재를 온전하고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할 때 존립할 수 있다. 봉사와 사랑, 배려 등은 도덕·윤리적 가치 체계이지 장애인의 인권과 주체성을 보장하는 실무적인 방법이 아니다. 청각장애 학생이 수업 참여를 위해 문자 통역을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는 문화, 시각장애 학생이 수업 참여를 위해 음성출력 교재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의 학업 성취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이슈가 되지 않고 그들이 가진 자질과 개별적인 특징으로 논의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와 같은 문화 형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적, 행정적 지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노력할 것이다.

김수현 전문연구원
장애학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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