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진실이 아니다
  • 최지환 기자
  • 승인 2017.11.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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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자의 시선을 반영하는 사진

항상 바른 눈으로 기록하도록

 

사진은 순간의 기록입니다. 찰나를 붙잡아 영구히 고정하죠. 사진은 받아들일 때도 순간적입니다. 문자텍스트는 먼저 읽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수용됩니다. 이와 달리 사진은 보는 순간 바로 이해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인물의 나이, 직업, 감정 상태, 장소, 시간 등 복합적인 정보를 사진 한 장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순방으로 아시아 전역이 들썩였습니다. 지난 6일 도쿄 아카사카 궁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못의 비단잉어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잉어 밥을 상자째 부어버리는 장면이 한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여러 언론이 보도한 당시 사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삐딱하게 서서 한 손은 뒷짐을 지고 입으로는 ‘오우~’라는 감탄사를 뱉는 표정을 지으며 잉어 밥을 부어버리고 있었죠. 사진이 공개된 이후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황을 담은 다른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잉어 밥을 부어버리기 전 아베 총리가 먼저 잉어 밥을 상자째 털어 넣었고, 트럼프는 아베 총리를 따라 했을 뿐이었던 것이죠. 처음 공개된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트럼프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진에는 왜곡된 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보도사진은 그 영향력이 큰 만큼 잘못 사용됐을 때의 위험도 큽니다.

  사진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는 부분은 현장의 극히 일부입니다. 촬영자는 사진에 무엇을 담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부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합니다. 같은 피사체를 찍더라도 구도, 색감, 밝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잘라낼까’, ‘넓어 보이게 찍을까 좁아 보이게 찍을까’, ‘사람은 몇 명 정도 나오게 할까’ 등 사진 한 장을 만들어 내는 데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죠.

  특히 보도사진을 찍을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잘못된 사진 한 장은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현혹합니다. 올바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편협한 시각이나 선입견을 품고 사건을 바라보면 모든 게 삐딱하게 보이죠. 그러면 사진은 당연히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의 왜곡된 주관이 사진에 개입돼 버린 탓입니다.

  기자도 사진의 힘과 위험성을 가슴에 새기고 가장 진실에 가까운 사진을 찍기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있습니다. 촬영 현장부터 사진 선택, 보정 작업을 하는 순간마다 진실의 일부를 담은 사진이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약속합니다. 독자가 사진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공정한 눈을 잃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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