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죠. 그런 변화의 시점을 ‘티핑 포인트’라고 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우리 사회의 티핑 포인트가 되고자 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학생 기구와 총학’에 티핑 포인트를 찍어보겠습니다. 지난 2일을 끝으로 올 한해를 책임졌던 59대 총학생회(총학)가 임기를 마쳤습니다.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의 투표를 통해 중앙대는 새로운 총학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선출된 총학은 전체 학생을 대표해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를 규탄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이슈를 논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대학 사회에서 총학만이 하고 있는 일은 아닌데요. 최근 중앙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총학과는 별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학생 기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 기구가 등장한 배경과 그들의 역할, 그를 바라보는 학생 사회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요즘 대학생이 말하는 법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총학생회(총학)을 통해 나왔고, 총학은 대학의 목소리를 전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생들의 창구는 비단 총학만이 아닌 듯하다. 최근 이화여대, 고려대, 동덕여대, 중앙대 등 곳곳의 대학에서 학생들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다양한 목적의 학생 기구를 세웠다. 기구를 직접 구성하고 참여했던 학생들과 함께 대학 내 다양한 학생 기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봤다.
 

  더 많은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고려대와 동덕여대에서는 각각 ‘크림슨칼리지’ 설립과 학사구조개편에 대한 대학본부의 일방적 통보가 도화선이 됐다. 대학본부의 독단적 결정에 반발한 총학은 점거 농성을 통해 대학본부에 대항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동덕여대 이희준 총학생회장(동덕여대 아동학과)은 학생들의 뜻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해답이 총학 주도의 ‘본관점거위원회’ 구성이었다. “총학이 아닌 본관점거위원회를 꾸림으로써 단대나 학과 단위 학생회도 위원회의 실무진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의견 표명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주체를 총학에 한정 짓지 않고 학생 전체로 확대하면서 대응에 더 힘이 실렸죠.”

  새 학생 기구의 주체는 총학만이 아니었다. 중앙대에서는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구심점으로 단과대 대표인 자연대 학생회가 나섰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중앙대 구성원들이 곳곳에 흩어져있던 것을 발견했던 자연대 신지원 전 학생회장(수학과 13)을 주축으로 한 자연대 집회기획단이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들은 ‘의혈본부’를 설립하고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을 모아 촛불행진을 이끌었다. 자연대 이인구 학생회장(생명과학과 3)은 당시 구성한 자연대 집회기획단과 ‘의혈본부’에는 단대 학생회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까지를 폭넓게 포함했다고 밝혔다. “대학생으로서 범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뜻이 같은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데 의의가 있었을 뿐 주체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었죠.”

  한편 이화여대에서는 총학도, 단대 학생회도 아닌 일반 학생들이 뜻을 모아 지도부를 구성해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본부 측에 투쟁했다. “일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발적으로 진행된 운동인 만큼 총학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끄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익명의 학생들이 조직을 구성하고 나름의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시위를 진행해나갔죠.” 이화여대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김아라 학생(이화여대 사학과)은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 데에 의의를 뒀다.

  이유 있는 다양성

  이처럼  학생들은 총학의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내는 것 대신 각각의 상황과 사안에 맞는 의견 표출 방법을 찾아 그들의 뜻을 전했다. 이희준 총학생회장은 총학이 주도하면서도 따로 본관점거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로 보다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총학이 본관점거위원회를 꾸리고 점거 농성을 펼치게 된 것은 많은 학생들이 점거를 요구했기 때문이에요. 총학 이외에 좀 더 많은 학생들과 진행 과정을 함께 하고자 별도의 기구를 설립한 것이죠.” 이로써 보다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점거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총학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본관점거위원회 이름으로 농성을 주도했던 고려대 박세훈 전 총학생회장(고려대 정치외교학과)은 두 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절차상의 차이가 개별 학생 기구를 구성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총학의 활동은 중앙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만 추진될 수 있어요. 하지만 본관점거위원회라는 기구는 사후에 보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보다 실제적이고 현장감 있는 의견을 학생사회에 전달할 수 있죠.”

  이화여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총학의 독단적인 진행 방식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총학을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농성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김아라 학생은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총학이 시위를 주도했을 때 그들이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일반 학생들이 직접 지도부를 꾸려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죠. 이제 학생들은 총학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협의체를 조직해서 주체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진 거예요.” 과거에 총학은 권위와 힘으로 자체적인 결단을 내리고 이를 통해 학생들을 이끄는 기구였으나 현재는 단순히 학생들의 의견을 대학본부 측에 전하는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 그리고 공생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발언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 오늘, 총학은 그 역할과 방향성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박세훈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요구가 변화함에 따라 총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이 존속하기 위해선 노동조합처럼 학생들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해요. 학생들의 수업권 등 가장 근본적이면서 밀접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논할 수 있어야 하죠.”

  자연대 이인구 학생회장 역시 총학이 학생들의 변화된 요구에 반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학업, 스펙, 취업에 시달리는 요즘의 학생들이 원하는 게 사회참여적인 총학보다도 학생들의 인권이나 복지와 같은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더 힘쓰는 총학일 수 있어요. 그러나 총학이 학생들의 뜻을 대변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아요.” 총학이 학생들의 변화된 요구에 맞추되 작은 목소리들도 놓치지 않고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 기구들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김아라 학생은 총학과 학생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다양한 개별 학생 기구들이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학과 다양한 학생 기구들이 각자의 본분을 잊지 않고 소신껏 정직하게 나아간다면 더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