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 붉게 물들어가는 캠퍼스를 보며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음을 실감합니다. 가을엔 밤이 길어지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기 시작하죠. 찬바람을 맞으며 혼자 캠퍼스를 거닐면 문득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이럴 땐 따뜻한 정성을 담은 편지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보면 어떨까요.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소중한 마음이 담긴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필체를 보면 정성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김민지 학생(좌측, 경영학부 2), 박혜린 학생(우측, 경영학부2)
김민지 학생(좌측, 경영학부 2), 박혜린 학생(우측, 경영학부2)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는 중이세요?
혜린: “친구 기다리고 있어요. 곧 올 거예요. 왜요?”


-편지에 얽힌 사연을 듣고 싶어서요! 혹시 친구에게 편지를 써준 적이 있으신가요?
혜린: “생일에 편지를 써주죠. 장문의 SNS 메시지로요. 아! 저기 친구가 오네요.”
민지: “뭐 하는 중이야?”


-인터뷰 중이었어요. 두 분은 서로에게 편지를 써준 적이 있으세요?
민지: “둘 다 없지만 전 국제편지를 써 주려고 해요. 제가 내년에 교환학생을 가거든요.”
혜린: “안 써주겠지. 뭘~”
민지: “왜~ 진짜 써줄 거야. 답장 없는 거 아니지?”
혜린: “카카오톡도 있고 SNS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민지: “그건 그렇긴 하네.”


-두 분 정말 친해 보이네요! 그럼 편지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혜린: “편지는 필체를 보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알 수 있어요. 흘려 썼는지, 또박또박 썼는지 눈에 잘 보이니까요.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정성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죠.”민지: “메신저는 장문으로 보낸다 해도 어차피 다른 메시지에 밀려 올라가잖아요. 편지는 실제로 남아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편지는 잘못 적으면 지우고 다시 써도 흔적이 남잖아요? 그 흔적을 보며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죠.”


-살면서 받은 편지 중 어떤 편지가 기억에 남던가요?
혜린: “2년 전 수능 전날 어머니가 주신 편지요. ‘너는 실전에 강하니 하던 대로 열심히 하렴’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죠. 수능 당일에 편지를 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났어요. 저희 모녀가 평소에 감정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더 감동이었죠. 어머니도 쑥스러우셨는지 ‘오다 주웠다!’ 같은 느낌으로 편지를 주셨어요.(웃음)”
민지: “저는 첫사랑과 주고받은 편지요! 고등학교 1학년에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 100일 기념으로 서로에게 편지를 써준 적이 있어요. 결혼하자는 말을 썼던 게 기억에 남아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풋풋했네요. 아련하기도 하고요···.”
혜린: “흐흐. 이 얘기가 신문에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스크랩해줄게.”
민지: “앗, 안 돼~”


-편지가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네요.
혜린: “맞아요. 지금이 수능 시즌이잖아요? 수능이 다가오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때 받았던 편지 생각이 가끔 나죠. 편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음달 어머니 생신에 편지를 써 드려야겠어요. 그동안 선물만 드렸었는데···.”
민지: “고향 내려갈 때마다 그때 받았던 편지를 한 번씩 꺼내서 읽어보곤 해요. 미련보단 추억 삼아서요.”

 

 

“부모님의 편지를 읽으며

힘을 냈어요”

정웅태 학생(영어영문학과 4)
정웅태 학생(영어영문학과 4)

-마침 우체통 옆에 계시네요! 편지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만 들려주세요. 
“군대 훈련소에서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가 떠오르네요. 훈련 끝나고 들어갈 때마다 여러 번 꺼내 읽었죠. 읽을 때마다 힘이 났거든요. 마치 영양제 같았죠.”


-인상 깊던 문구가 있나요?
“시간은 어떻게든 흐르니 재촉하지 말라고 아버지께서 써주신 문구가 기억에 남네요. 힘이 많이 됐죠. 입대하고 계속 ‘시간아 언제 가냐, 630일 어떻게 버티냐’고 생각했거든요.”


-편지 읽고 눈물 나지는 않던가요?
“가슴 뭉클하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편지는 한 글자, 한 글자씩 고민을 많이 해서 쓰니 까 그만큼 쓰는 사람의 진심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평소에 말로는 표현을 자주 해주셨지만 편지는 잘 써주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편지가 더 감사했죠.”


-어머니는 어떤 내용의 편지를 보내주셨는지 궁금해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조용필이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는 편지를 읽었을 때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웃음) ‘진짜사나이’라는 군대 체험 예능이 처음 시작할 때여서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곤 했죠.”


-편지는 지금도 보관하고 계신가요?
“군대 있을 때 친구들이 보내준 편지도 함께 모아서 집에 놔뒀어요. 가끔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읽곤 하죠. 처음 받았을 때는 감동하고 뭉클했지만 지금은 재밌게 읽고 있어요. 다 추억으로 남았죠.”

 

 

“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요”

김희중 학생(전자전기공학부 1)
김희중 학생(전자전기공학부 1)

-정성이 담긴 편지를 받아본 적 있나요?
“네. 최근에 제일 친한 친구가 제게 편지를 써준 적이 있어요. 그 편지가 기억에 남네요.”


-어떤 내용의 편지였는지 궁금해요.
“생일 축하편지였어요. 지난달 29일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제가 내년에 군대에 가는데 군대 가기 전 함께 많이 놀러 다니자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이성 친구였나요?
“안타깝게도 아니에요. 그래서 편지를 받았는데도 가을이라 그런지 쓸쓸한 마음은 여전하더라고요. 남자인 친구에게 편지를 받아 봤자···.(웃음)”


-앗, 별로 고맙지 않았나요?
“고마웠죠. 아무래도 친구끼리는 표현을 잘 안 하잖아요? 편지를 읽으니 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졌죠. 친구에게 처음으로 받은 편지였거든요. 매년 제 생일마다 생각날 거 같아요.”


-어떻게 만난 친구인가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동네 친구예요. 고등학교 3년간 같은 반을 하면서 제일 친한 친구가 됐죠. 대학 와서는 자주 못 만나다가 지난 생일에 오랜만에 봤어요.”


-왜 자주 못 만나게 됐나요?
“친구가 재수 중이거든요. 제게 편지를 처음으로 써준 이유도 재수 때문에 감정이 풍부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날씨가 쌀쌀해지고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