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표자회의에 본부 불참

소집 조건 두고 이견 보여

‘학사구조개편 대표자회의(대표자회의)’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대표자회의는 지난해 5월 12일 열린 회의를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 교수협의회(교협)는 대표자회의 위원장 교체와 캠퍼스 간 학부 입학정원 이동 논의 등을 위해 대표자회의를 소집했으나 대학본부가 불참하는 등 대표자회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201관(본관) 3층 교무위원회의실에서 ▲방효원 위원장(의학부 교수)의 교협회장 직책 겸임으로 인한 대표자회의 위원장 교체 ▲캠퍼스 간 학부 정원 이동 논의 등의 안건으로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대학본부와 직원, 양캠 총학생회를 제외하고 위원장과 교수대표 6인, 대학원 총학생회장만 참석했다. 학생 대표 위원인 양캠 총학생회장은 전직 총학생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으며 직원 대표인 노조위원장은 회의 당일 다른 일정이 있어 불참했다. 대학본부는 회의 이틀 전에 소집을 통보받아 참석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대표자회의의 존속 여부를 논의했다. 대표 위원들은 캠퍼스 간 정원이동 문제, 전공개방 모집제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대학 중·장기 발전 계획이 산재하기 때문에 대표자회의를 존속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한 대표자회의 위원장을 맡던 방효원 교협회장이 겸직문제로 새로운 위원장을 선임했다. 교수 사회를 대표하는 교협회장이 전 구성원의 목소리를 모으는 대표자회의의 장을 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기 위원장으론 위정현 교수(경영학부)가 추천받아 취임했다.

  이후 방효원 교협회장은 지난 16일 혹은 17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대표자회의에 대표 위원들의 참여를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조성일 행정부총장(국제대학원 교수)은 이메일을 통해 “단대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과 학(원)장 및 처장 중심의 책임행정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사구조개편 문제를 비롯해 모든 학내 문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표자회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대표자회의 개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학본부의 대표자회의 불인정 통보에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16일 성명을 발표하며 대학본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대표자회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방효원 교협회장은 “현 의사결정 구조는 평교수들의 의견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보직자들이 법인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을 못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자회의는 지난 2015년 발표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 구성됐다. 당시 대학본부는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대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소위 ‘광역화 모집’을 추진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학본부는 ▲학생 ▲교수 ▲직원 ▲대학본부 등 네 주체의 대표 위원으로 구성된 대표자회의를 제안해 의견수렴 창구로 활용했다.

  학사구조 개편안 논의를 마무리한 대표자회의는 존속 여부를 두고 찬반 토론을 거쳤다. 대표 위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찬성해 대표자회의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비정기 회의로 변경하고 효율적 의제 처리를 위해 소수의 대표 위원만 모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표자회의를 학칙에 명문화하거나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지는 않았다.

  대표자회의를 구성하는 네 주체는 대표자회의의 존속 여부에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서울캠 김태우 총학생회장(도시계획·부동산학과 4)은 “대표자회의는 모든 학내 주체가 모인 만큼 대학평의원회와 마찬가지로 가장 민주적인 회의체로 존속해야 한다”며 “다만 해당 단대의 정확한 의견전달을 위해 교수 대표 위원은 단대 학장이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대표자회의의 개최 여부를 사안에 따라 다르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모든 학내 구성원이 모여 의견을 개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대표자회의를 열 수 있다”며 “하지만 중앙대 앞에 놓인 현안들은 대표자회의를 열어야 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무위원회의 등 공식적인 의견수렴 및 의사결정 기구만으로도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정현 대표자회의 위원장은 대학본부의 의견을 반박했다. 위정현 교수는 “대표자회의는 위기상황에 여는 기구가 아니다”며 “중앙대 발전 방안을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행정기구가 교수와 학생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표자회의가 필요한 기구라면 이를 학칙 등에 공식 기구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중범 노조위원장은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 학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 기구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며 “다만 모든 구성원이 대표자회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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