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들에게 경쟁이라는 말은 결코 낯설지 않은 말이 되
었다. 어쩌면 이 말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듣게되는 그러한 말인지도 모
르겠다. 부모들은 태어난 아이의 몸무게로 아이의 튼튼함을 확인하고, 언젠
가 떼게 될 기저귀를 언제 떼는지, 언젠가 나게될 이는 몇 살때 나는지, 그
리고 언젠가는 보게될 시계보는 법은 몇 살 때 깨우치는지에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다른 아이보다 조금 빠르다 싶으면 영재가 탄생했음에 가슴 설레하
고, 조금이라도 더디다 싶으면 마치 집안에 문제아가 있는 양 초조해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중.고등학교 학생이 되면 가정은 그야말로 전시체제로 들어가게 되
고, 나이어린 학생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가 된다. 이 대의 가정내의 최대의
이슈는 아이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가에 있다. 아니 그 아이가 반에서 혹은
전교에서 몇 등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이가 반에서 1등이라도 한 달에 그
가정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그 아이의 성공적인 장래가 마치 눈앞
에 나타나는 것처럼 기뻐하고, 그렇지 못한 달에는 초상집이 된다. 아이들에
게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1등을 함은 가족 모두의 행복에 대단히 중요한 일
임을 아이들은 몸으로 느끼게 되는 시기이다. 자연히 우리의 경쟁상대는 전
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가깝게는 우리 학교, 우리 반의 학생들이 된
다. 친구의 1등은 내가 1등이 되지 못함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우리 가족의
불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느덧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는 오직 다른 사
람보다 얼마나 앞서는 가에 달려있게 되며, 남보다 뒤처짐을 인생의 실패로
여길 줄 알게 되고, 남보다 앞설 때의 만족감을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는 것
이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은 평생을 가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도 이러한 생각은 달라지지 않는다. 남보다 좋은 회사
에 들어가야 하고, 남보다 빨리 승진을 하여야 성공한 사람이 된다. 사회에
서의 경쟁은 한마디로 총력전이다.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그런 간단한 싸움
이 아니며, 인생의 모든 것이 걸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
리지 않고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부
도덕성은 이미 우리가 태어나면서 부터 조금씩 배워 온 터이다. 경쟁이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자체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동력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에서 짐이 곧 내 인생의 패배를 의미한다는 생각, 그래서 결
코 다른 사람에게 져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이다.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는 오래동안 중앙대학교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학과이어왔다. 전국에서 1.5%내에 들어가는 사람들만이 들어오는 학과이다.
이것은 물론 반에서 1등을 하여야 들어갈 수 있는 학과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이 학과가 100점 만점에 75점만 맞으면 들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금년에도 그러하였고 작년에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100점 만점에 80점만 맞으면 우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대
부분의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 75점을 맞는다는 것이 교과서 내용의 75% 정
도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의 중.고등학교 학생이 그렇게 처절하게
경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등을 해야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
라, 75점을 맞으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75점을 받으면
자연적으로 1등을 하게 됨은 물론이다. 물론 75점을 받은 학생이 특정 학교
에서 1등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볼때 1.5% 근처에 있게
되고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75점을 맞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천지차이
이다. 1등을 하기 위해서라면 남보다 덜 자야하고, 남보다 더 노력하여야 한
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 것인가와의 상대적인 비교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승자는 오직
한사람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반면 75점을 맞기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습하고 복습하고
…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일들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2
5%의 실수는너그러이 용서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충분한 휴식이 필
요하고 충분한 잠이 필요하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이해력이 뒤떨어질 터이니
까…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할 수도 있고, 정보를 공유 할수도 있다. 그리고,
이때에는 같이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해 진다.

분명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우리의 학생들이나
우리의 사회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
가에 더욱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요즈음 취업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광고 대
행사의 임원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지원하는 사람은 많은
데, 쓸만한 사람은 언제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쓰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
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잘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어
떤 회사에, 조직에 도움이 될만한 그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가의문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질을 갖추게 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된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음은 노력이 부족
했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
련이 없다. 적성에 맞지 않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터이고, 노력이 부족하
다면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잘되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
나 큰 기쁨일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회가 어지럽고, 질서가 땅에 떨어진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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