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를 뽑는 제15대 대통령선거는 손에 땀을 쥐게하
는 대접전이었다. 40여년만에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도 한가지면
에서 역대 선거와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름아닌 `미디어 선거시대
'의 본격 출범이다. TV합동토론과 후보 및 찬조연사의 방송연설, TV광고 등
은 후보들이 안방 유권자에게 바짝 다가서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방송사 조
사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70%이상이 투표행동을 결정한 요인으로
TV토론회를 꼽고 있다.

언론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기존의 선거 풍토를 크
게 바꾸어 놓았다. 정당 및 후보들의 유세는 `발로 뛰는' 거리유세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미디어선거 정착은 과거 고비용 정치의 대명사였던 대규모 군중
동원 집회를 아예 사라지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금품제공.선심관
광.사조직 동원 등 과거 선거운동의 폐단을 제거해 주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뿐만아니라 각 후보의 정강.정책이 전파미디어를 타고 각 가
정의 안방까지 전달되어 `유권자 친화적' 선거풍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
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디어 선거는 처음 시도되는 만큼 많은 문제
점을 내포하고 있다.지난 5월 열린 중앙일보.MBC 주최의 TV토론회를 시발로
지난 12월 14일의 제3차 합동 토론회에 이르기까지 71회에 걸친 각종 TV토론
회는 각 분야 정책을 주제로 후보들의 우열을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숱한 잡음과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무엇보다도 T
V토론 남발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과다한 토론 빈도는
후보들간의 정책적 차별성을 점점 줄어들게 하였다. 결국 정책대결이 아닌
이미지 대결로 전락되어 버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여기에 대다수
토론회가 형식과 내용에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여러차례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다. 후보 1인을 불러다 앉혀 놓고 기자회견식으로 진행하는 형식
, 토론회 주제와는 상관없이 획일.반복적으로 퍼부어지는 질문 내용. 한마디
로 케케묵은 드라마가 재탕 삼탕 되는 듯한 토론회로 결국 전파만 낭비하는
결과를 불렀다.또 하나의 문제는 공정성 시비다.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사회
자와 패널리스트들의 불공정, 편파 진행은 커다란 오점으로 지적되었다. 또
한 여론조사의 지지도에 따른 TV토론회에서 후보간 불평등이 있었다. 지지도
가 낮은 후보자들과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자들로 나누어 토론회를 실시했고
, 시간대도 지지도가 높은 후보자들이 유리했다. 낮은 후보자들은 시청률이
낮은 오전에 TV토론을 벌여야만 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더욱이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한 TV선거가 실제로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됨으
로써 선거 공영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10% 이상 득표한 후보에 한해서 방송광고와 후보연설에 든 비용을 선거가 끝
난 뒤 국가가 정산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찬조연설은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런데 MBC와 SBS가 책정한 방송광고료와 후보 연설비가 중앙선관위가 정
한 국고 지원액보다 훨씬 높아 후보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고, 이에 자금
사정이 어려운 권영길 후보의 경우 TV후보연설 비용 3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TV연설1초 사기운동'을 전개하여 우여곡절끝에 투표 이틀전에 TV연설을 하
기도 했다.이밖에 TV광고가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정책메시지를 포함하지 않
고 단순히 후보자의 이미지 제고에만 몰두한 것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
되었다.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광고가
무분별하게 방송됨에도 불구, 이를 규제할 선거방송 제도가 없어 관련 법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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