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해가 바뀌면 새로운 출발선에서 한 해의 의기를 다짐하던 예년
의 모습과는 달리 환율의 미세한 변동에도 하루 하루의 의미를 달리하는 살얼
음장위를 오늘도 우리사회는 조심스레 걷고있다.

오늘의 혹독한 경제시련을 계기로 새로운 한국경제의 도약을 창출케 하는 추
진력을 우리는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은 비단 합리적인 경제
정책적 판단과 시장논리에 따른 자본흐름의 보장, 정치와 경제의 결별 등 경
제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국가적 정책결정에서부터 조그만 중소
기업의 판매전략에 이르기까지 효율성과 형평성에 기초한 합리적 판단이 보
장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현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는 왜곡된 사회의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 한 사람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보다는 학연과 지연을
더 중시하는 풍토,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 지난 대선에서도 맹위를 떨
쳤던 지역감정에 기반한 `우리가 남이가' 의식등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생산
성있는 산업분야로의 자본흐름을 막고,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을 허용
케하며, 구조적 모순을 더욱 깊이 뿌리박는 요인이 되고 있다.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도 결국은 그것을 조종하는 운전자의 올바른 정신에 의해 움직이는 것
이다. 사회적 의식이 병들어 갈때 그 의식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의 정치, 경
제, 문화 각 분야의 건강성도 함께 무너져 가는 것이다. 현 사회의 위기는
과거 독재개발모형에 의해 왜곡된 사회의식이 새로운 국제경제의 환경변화에
적응치 못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쟁력과 몇몇
재벌기업을 중심으로한 한국경제의 성장은 아시아 경제의 신화라 불리워졌으
나 지금은 과거의 압축성장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회수를 요구받고 있는 것
이다. 우리는 이 속에서 겸허한 자기비판을 바탕으로 지금의 난관을 헤쳐나
가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사회구성원은 변화를 원했고 이는 50
년만의 정권교체로 표출되었다. 물론 차기정권으로 편입된 보수우익세력에
대한 개혁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없는것은 아니나, 권좌를
손에쥐고 오늘날까지 정경유착의 역사를 만들어오던 이들과는 다른 상대적으
로 폭넓은 개혁을 수행을 기대하고 있다.

무인년 새해아침을 맞는 우리에게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내가가진 기득권
을 보다 큰 가치와 사회통합을 위해 과감히 내놓는 자세이다. 우리에게 있어
과거의 신화는 끝났다. 오직 자기변신의 시대적 요청만이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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