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고려대 장학제도 개편
성적 장학 완전히 폐지했다

한양대·이화여대도 소폭 변화해
중앙대는 아직 ‘계획 없음’
 
지난달 1일 서강대는 홈페이지에 오는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한다고 공지했다. 또한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로 확보된 예산은 가계가 곤란한 학생을 지원하는 ‘다산(茶山)장학금’에 전액 배정한다고 밝혔다. 서강대에 앞서 고려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한 바 있다. 성적우수장학금 폐지에 대한 대학들의 움직임을 중대신문에서 알아봤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서강대 

  지난 8월 11일 서강대는 제192차 장학위원회에서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를 결정했다. 따라서 오는 2018학년도 1학기부터 현존하는 ▲학부수석장학금 ▲성적장학금 ▲성적향상장학금 ▲글로벌장학금I 등 총 4개 의 성적우수장학금이 사라진다.
 

  서강대가 공개한 성적우수장학금 지급 통계에 따르면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약 76.3%가 소득분위 9,10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 가정 학생들이었다. 나머지 성적우수장학금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8분위 이하 학생들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 원재환 학생문화처장은 “부모 소득이 높은 학생들이 성적우수장학금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학교가 먼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대학본부는 지난학기부터 성적우수장학금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 5월 학생문화처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학생 사회 의견수렴을 요청했다. 이후 장학위원회는 의견수렴 결과 학생들이 성적우수장학금 폐지의 취지와 명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판단해 성적우수장학금 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한편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 자료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장학제도의 사각  지대 해결 ▲기존에 성적우수장학금 혜택을 받았던 학생 중 소득분위가 높아 더 이상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역차별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민지 학생(서강대 정치외교학전공)은 “성적우수장학금은 최선을 다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런 여론을 반영해 서강대 대학본부는 역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성적우수 학생에게 총장 혹은 학장 이름으로 상을 수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에 더해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에 성적우수자임을 기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 측정 시 부정행위를 범한 학생은 지급된 장학금을 전액 환수하고 소득분위를 재측정하는 등의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고려대, 국내 최초 성적장학금 폐지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한 대학은 고려대다. 고려대는 지난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자유장학금 ▲정의장학금 ▲진리장학금을 신설했다. 그리고 성적장학금 예산 약 34억을 신설한 장학금에 배분했다. 세 장학금은 각각 학생자치, 저소득층 학생, 교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특히 정의장학금 신설로 지난해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예산이 총 91억1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5년 대비 약 14억 증가한 금액으로 고려대 전체 장학금 예산의 약 42%에 해당한다.


  또한 고려대는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에게 방학을 포함해 매월 3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며 해당 학생이 기숙사를 이용할 시 추가로 20만원을 지급한다. 김수연 학생(고려대 불어불문학과)은 “과거 장학제도에선 소득분위가 현저히 낮거나 성적이 좋은 소수의 학생만 장학혜택을 받았다”며 “성적장학금 폐지로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게 고루 분배돼 좋다”고 말했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지난 2015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장학금이 수단적 가치에 머무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적우수장학금 폐지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 의견수렴 없이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성적장학금 폐지를 결정해 학생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개편과정에서 장학금 관련 전체 공지가 없었던 점도 학생들과 각 단대의 혼란을 키웠다.


  이외 대학에서도 성적우수장학금 비중을 점차 줄이거나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한양대는 전체 장학금 예산에서 가계곤란장학금 비중을 기존 30%에서 40%로 증액했다. 지난 2015년 이화여대는 직전학기 학점 3.75점 이상인 학생 모두에게 50만원씩 지급했던 ‘우수2’ 장학금을 폐지했다. 한편 중앙대는 장학제도 개편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학생지원팀 김완수 팀장은 “현재 장학금 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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