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아닌 네가 궁금해
  • 김예령 기자
  • 승인 2017.09.2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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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갖가지 주제를 말하는 대학생들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주 주제는 나이서열주의입니다.  한국에선 나이 차가 크든 작든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존대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두 살 많은 사람을 선배님, 언니, 형으로 부르듯 말이죠. 같은 대학 안에서 다른 나이로 만난 우리는 나이서열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5명의 학생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일러스트 윤국화님
견고한 나이서열주의 문화
내가 먼저 손 내밀기

많은 세월이 아닌
다른 세월에게 존중을
 
영화 <인턴> 포스터에는 경험 많은 70세 인턴, 열정 많은 30CEO’란 문구가 나옵니다. 포스터 문구처럼 흔히 노인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로 치환되고 젊은이는 열정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노인과 젊은이의 나이 차는 곧잘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죠. 서로의 말을 어려서 모르니까 하는 소리’, ‘꼰대의 잔소리로 듣는 사회는 나이서열주의와 깊은 관계를 가집니다. 유인영 학생(가명)(경영학부 3), 이연수 학생(일본어문학전공 2), 김혜리 학생(일본어문학전공 2), Danny Vang 학생(경영학부 4), Steven Smith 학생(경영학부 4)과 함께 나이서열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사회자: 여러분, 반가워요. 모두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Danny: 한국 나이로 23살이에요. 태어난 연도는 1995년이죠.
Steven: 저도 1995년에 태어났어요. 미국에선 21살이고 한국에선 23살이에요.
혜리: 1997년에 태어났고 21살이에요.
연수: 저도 21살이에요.
인영: 한국에선 24살이고 1994년도에 태어났어요.
 
  한국에서 나이 묻기
사회자: 방금 제가 나이를 물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인영: 처음 만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죠.
 
혜리: 맞아요. 나이를 알아야 상대에게 존댓말을 할지, 반말을 할지 정할 수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상대를 부르는 호칭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묻는 게 당연하죠.
 
연수: 처음에 Danny21살이라고 말해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 나이가 저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스레 긴장이 되네요.
 
사회자: 나이가 많아서요?
 
연수: . 동갑이면 조금 더 편한 느낌이 들어요.
 
Danny: 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몇 살이냐고 질문하는 행동은 실례라고 생각해요. 친한 사이에는 괜찮을지 몰라도요.
 
Steven: 한국에는 한 살 차이라 할지라도 존대하는 문화가 있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문화 차이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사회자: 한두 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존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혜리: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이를 더 뚜렷하게 구분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태어난 연도로 나이를 묶는 문화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어요.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는 나라는 같은 1997년생이라 해도 19살부터 20살까지 섞여 있죠.
 
Danny: 그 사람의 나이에 따라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나이를 묻는 게 아닐까요?
 
연수: 맞아요. 존댓말과 반말이 따로 존재하잖아요.
 
사회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나요?
 
인영: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런지 나이 차이로 인해 느껴지는 거부감은 없어요.
 
연수: 저는 막내라 주변 사람 대부분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나이 어린 사람을 대할 때 더 부담을 느끼는 편이에요.
 
혜리: 전 연장자를 대할 때 어려움을 느껴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배웠지만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들어도 어색하죠. 나이가 많거나 적어서 불편한 게 아니라 나이에 따라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져요.
 
Danny: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을 보면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엔 딱히 나이를 신경 쓰지 않죠.
 
  선배도 후배도 불편한 나이 서열
사회자: 대학에서 나이서열주의를 느낀 적 있나요?
 
Steven: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저에게 네가 나이가 가장 어리니까 물을 떠 와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보니 재미로 말하는 거죠.(웃음)
 
인영: 학과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어요. 제가 다른 동기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학교생활을 같이 하는 친구라도 나이가 다르면 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잖아요.
 
혜리:빠른년생제도 때문에 생기는 애매한 상황도 있어요. 동기가 빠른년생인데 후배와 친구가 되는 경우이죠. 그렇게 되면 후배는 저에게 존댓말을 할지 반말을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Steven: 미국에도 일종의 빠른년생제도가 있어요. 제가 사는 주에서는 8~9월에 태어나면 학교에 더 일찍 입학해요.
 
▲ 일러스트 윤국화님
Danny: 저는 직위와 나이 서열이 충돌하는 상황을 본 적이 있어요. 교수님이 102(약학대학 및 R&D센터) 11층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사주셨을 때에요. 밥을 다 먹고 내려가려는데 승강기 입구에서 총장님과 마주쳤어요. 총장님이 교수님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교수님이 직위를 배려해서 총장님을 먼저 내려 보내드렸죠.
 
연수: 대학에서 큰 불편을 겪은 적은 없어요. 하지만 집에선 항상 어리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녀요. 저는 막내라는 이유로 세뱃돈을 줄곧 적게 받았어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넌 막내니까라며 가장 적은 용돈을 받았죠.
 
인영: 오히려 나이서열주의 덕분에 편한 경우도 있어요. 제가 있던 동아리는 나이 상관없이 가입 기수에 따라 선배에게 존대를 해요. 선배는 후배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고요. 저는 입학 동기보다 2살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나이 어린 선배에게 존대하는 일이 잦았죠. 나중에는 기수제를 폐지하고 그냥 나이에 따라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소통이 더 잘 된다고 느꼈죠.
 
사회자: 나이 서열이 이미 견고해서 편하게 느껴졌나 보네요.
 
인영: 그렇죠. 나이서열주의 문화에 젖어 있어서 기수제보다 나이제가 더 편했어요.
 
사회자: 나이서열주의가 깊숙이 자리 잡은 한국사회에서 상대방의 나이를 알아서 좋은 점은 뭘까요?
 
혜리: 보통 첫 대면에서 나이를 묻잖아요. 나이가 같다는 사실만으로 친밀감이 생겨요. 반면 한두 살 차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Steven: 나이를 알면 나이로 상대를 판단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동기에 비해 나이가 많은 사람을 게으르다고 여겨요. 나이가 많은 복학생에게는 너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란 질문이 따라붙죠. 반대로 동기인데 나이가 어리면 똑똑한 사람으로 보기도 해요.
 
Danny: 저는 나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주변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도 있고요. 친구들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란 말을 자주 해요. 나이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잖아요.
 
  존댓말 이전에 있어야 할 존중
사회자: 나이서열주의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하셨네요. 나이서열주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뭘까요?
 
인영: 나이 때문에 상대의 진면목을 보지 못 할 수 있어요. 나이라는 고정관념에 맞춰서 사람을 판단하게 되죠. 나이 서열 때문에 상대방을 어려워한다면 관계가 발전하기 힘들 거예요.
 
연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도 해요.
 
혜리: 맞아요. 젊은 사람이 의견을 제시해도 윗사람이 가볍게 생각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는 의견을 내는 행위 자체를 용납하지 않아요. 나이차가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는 거죠.
 
사회자: 그렇다면 나이서열주의에 비롯된 문제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인영: 서로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반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교회 친구들과 나이 상관없이 친구로 지내왔어요.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본인보다 나이 많은 친구를 불편해하더라고요. 심지어 입시 준비로 오랫동안 교회를 나오지 않던 친구가 대학 입학 후 돌아와서 존댓말을 하기도 했죠. 지금까지 잘 지내왔는데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서 말을 트려고 노력해요. 한국에선 존댓말과 반말이 주는 친밀함의 차이가 크거든요.
 
혜리: 나이로 서열이 매겨지는 구조에서 기득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에요.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손윗사람의 사고방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죠. ‘꼰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고정관념을 갖고 대하기보단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시간이 지나 저희가 기득권이 되는 시기가 왔을 때도 손아랫사람과 소통하도록 노력해야겠죠.
 
Danny: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에 달린 것 같아요. 저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를 맺기 위해 먼저 다가가요. 친구가 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죠. 오히려 정신연령이 크게 작용해요.(웃음)
 
연수: 젊은 세대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나이서열주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요. 이들이 주류가 되면 사회가 변화하겠죠.
 
인영: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요. 나이가 젊어도 지킬 건 지켜야지라며 나이 서열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의도치 않게 꼰대가 될 수도 있죠.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야 해요.
 
혜리: 맞아요. 요즘엔 노인혐오 단어가 쉽게 쓰이잖아요. 상대를 비난하는 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으로 치닫기 쉽죠. 혐오 단어를 사용한 비난은 꼰대문화를 사라지게 할진 몰라도 서로에 대한 존중마저 없앨 수 있어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기틀이 돼야 해요.
 
사회자: 그렇네요. 나이를 비롯한 어떤 조건이 붙어도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건 변치 않죠. 우리 모두가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면서 좌담회를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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