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뭐 하기 참 어려운 학교다. 저녁시간 강의실 하나 빌리기가 그렇게 어렵단다. 게임 퀘스트에 버금가는 까다로운 대여 절차를 수행하느라 이리저리 뛰는 가여운 후배들을 볼 때마다 마치 액티브 X의 현실세계화를 목도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소모임이나 연구회처럼 정기적으로 강의실을 빌리는 학생 단체들에겐 이런 상황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소모임은 뜻하지 않게 시간 내에 절차를 모두 완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세미나가 무산된 적도 있다. 잔뜩 꼬인 제도가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학내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중대신문은 지난 4월 ‘교내 시설물 대여,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 기사로 복잡한 시설물 대여 절차를 조명했고, 잠망경에서는 오래전 아예 몇 차례의 기획으로 이 사안을 상세히 해부했다. 자세한 정보는 각 교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되겠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으리으리한 건물 몇 채가 새로 올라갔는데도 여전히 학교는 강의실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를 다 밟고 나면 강의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모든 필수 항목들이 시설물 대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인터넷으로 날짜와 시간, 장소만 입력하면 대여가 이루어진다는 동국대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즉 지금 중앙대의 대여 절차를 불편하게 만드는 주범인 학과 사무실의 서명 같은 ‘확인 절차’들은 공간 대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귀한 시간 써가며 가뜩이나 언덕 많은 캠퍼스를 힘겹게 왕복할 일도 전산 시스템만 완비된다면 쉽게 사라질 수 있다.
 
  학교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학생들이 모이는 걸 싫어해서, 그래서 일부러 조항과 조건을 번거롭게 만든 게 아닌 이상 시설물 대여 절차가 이렇게까지 복잡할 까닭이 없다. 아, 당연히 이건 못된 망상이다. 일백 년의 역사에 빛나는 명문사학 중앙대는 결단코 그런 치졸한 짓 따위 할 리가 만무하므로 이는 끈덕지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학생대표 단위가 아직까지 없었거나 혹 있었더라도 뜻하지 않은 애로사항으로 인해 논의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리라. 학보에 따르면 후자일 것 같지만 나 역시 일개 학생인지라 실제 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이 사안이 다양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학교가 먼저 나서서 이를 해결해준다면야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과정에 총학생회 등 대표성을 가진 단위가 참여해 학생의 입장을 성실히 대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강의실을 빌리는 실질적인 주체가 논의에서 빠져서야 되겠는가. 무엇보다 앞으로 계속 학내 시설물을 대여해야 하는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 문제에 고민과 관심을 쏟아줬으면 한다.

조해람 학생
국어국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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