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프리카 최남단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다녀왔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으로 알려진 남아공은 1994년 만델라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인종차별이 없어지고 흑백 평등이 이루어진 국가다.
 
  남아공에는 4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있다. 1960년 앨버트 루툴리 아프리카 민족회의 의장을 시작으로 1984년에 데즈먼트 투투 주교, 1993년에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발렘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남아공화국은 인종차별이 종식되고 흑인들에게도 기회와 희망이 주어진 것이다.
 
  남아공은 열악한 환경, 말라리아 창궐 등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관이 깨지게 한 국가이다. 인종차별이 없어지면서 흑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기회와 희망을 찾아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넘어오는 난민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주변 국가들에게는 남아공이 기회와 희망의 국가가 된 것이다. 부당한 차별을 받던 흑인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준 남아공에 다녀오면서, 마침 올 봄에 가족들과 함께 흥미롭게 본 데오도르 멜피 감독,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가 생각났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미국에서 흑인 차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나사(NASA)에서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해 전초 단계로 진행한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3명의 흑인 여성들을 소재로 구성됐다.
 
  나사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 나사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인 도로시 본, 나사의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존슨이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의 우주탐사를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이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종차별의 장벽을 넘어서면서 기회와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은 인류의 우주탐사가 이뤄지는 데 기여하는 큰 가치로 승화한 이야기이다. 흑인 여성들은 나사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 좌절을 겪고 희망을 잃는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상관이었던 나사의 본부장, 앨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에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어낸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차별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하고 희망을 뺏기는 경우가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남녀 차별, 지역 차별 등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차별은 많이 존재한다.
 
  차별은 능력이 있어도 부당한 대우를 통해 기회와 희망을 빼앗아 가고 이로 인해 개인의 능력 발휘가 안 되어 국가적인 손실이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차별을 없애고 개인들이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희망이 있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가의 큰 동력이 될 수 있는 생각이 든다.
 
이정희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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