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언이죠. 사르트르의 명언은 이제 콘텐츠에까지 적용됩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콘텐츠에서도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장치가 됐습니다. 그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해서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제는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수용자가 직접 선택하기도 하죠. 수용자에게 이야기 진행의 선택권을 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봤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인터랙티브(Interactive)는 ‘상호(inter-)’와 ‘활동적(active)’의 합성어로 상호활동적인 또는 쌍방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창작자와 수용자가 상호작용해 만들어 가는 서사인 거죠. 수용자는 콘텐츠에 참여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며 창작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게임 디자이너 크리스 크로포드가 제안한 서사의 한 종류입니다. 이야기의 감정적이고 극적인 면에 미디어의 상호작용성과 가변성을 더한 서사죠. 창작자는 주로 가지치기 서사를 이용해 수용자가 이야기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는 큰 틀만을 제공해 수용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죠. 따라서 수용자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창작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선 더 이상 수용자를 수용자라고만 부를 수 없게 된 거죠.

 강지영 교수(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과 기존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몰입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스토리텔링은 감정을 이입해서 이야기 속 인물이 된 것처럼 느끼는 데 그쳤지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서는 아예 그 인물이 돼서 몰입하게 돼요. 결국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거죠.” 콘텐츠를 그저 느끼는 게 전부였던 수용자는 직접 콘텐츠 속 인물이 되는 고차원적 ‘경험’을 통해 창작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수용자에게 주는 매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영수 교수(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발전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수용자도 콘텐츠에 애착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발전할수록 창작자는 수용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수용자는 자신을 적극적 수용자로 인식해 콘텐츠에 일종의 주인 의식을 갖게 되죠.” 수용자는 콘텐츠의 창작과정에 참여하며 콘텐츠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기술발달로 울려 퍼진 우리 안의 소리
 왜 수용자들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에 열광하게 됐을까요? “원래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좋아해요.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본성이죠.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때부터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스토리텔링을 한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강지영 교수는 이야기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하는 본능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이제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기술의 발전과 연관이 있습니다. EBS 미래전략팀 최홍규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편의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도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수 있었으나 당시의 기기들은 간편하지 않았기에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수용자가 요구하는 만큼 플랫폼이 편의성을 제공하는 지금에서야 인기를 끌게 됐죠.”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콘텐츠인 개인 스트리밍 방송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는 현상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영수 교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적용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호작용하는 콘텐츠에 사람들이 주목하자 점차 영화나 광고에도 이를적용하기 시작한 거죠. 관객을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이머시브(Immersive)연극도 그 예입니다. 결국 기술의 발전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존재를 알리고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은 쉽게 미소를 짓지 않는다
 최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해도 무분별하게 창작하고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한계점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죠. 이영수 교수는 상호작용을 강화하면 몰입도가 높아질지 모르나 이야기의 질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선형적인 이야기를 가진 서사가 아니기 때문이죠. “창작자는 수용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스토리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의 양도 많아지고 수용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요구되죠.” 강지영 교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창작자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수용자도 함께 고려하며 창작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윤현정 HK연구교수는 ‘진정한’ 인터랙티브를 가상에 비유하며 실현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자체가 유니콘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누구나 닿을 것 같고, 특히 뉴미디어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 같지만 절대 잡을 수 없다는 거죠.” 창작자가 모든 수용자의 상상을 충족할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상호작용을 위해 노력해도 콘텐츠는 결국 창작자의 창작물일 수밖에 없죠.

 ‘진정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창작자는 수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분석하며 콘텐츠를 창작합니다. 그 콘텐츠에 수용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사실 ‘진정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존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인터랙티브, 즉 상호작용을 위한 노력을 서로가 하고 있으니 말이죠.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우리 안에서 창작자와 수용자는 ‘우리’가 됐습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