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노조 총파업 결의
공영방송 위한 투쟁, 잊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광주 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몸과 마음을 헌신한 투사들의 노력은 영원히 기억된다는 의미죠. 사실 불의에 항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불의가 집단에서 일어났다면 항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이는 곧 기득권에 대한 공격이자 권력을 향한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불의를 누리는 사람들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기 마련이죠.
 
  1980년 5월의 광주가 그랬습니다. 신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한 광주 시민의 단결은 깨어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총칼을 앞세운 군인들은 광주 시민을 공산주의자에 선동된 폭도로 내몰고 학살했습니다. 당시 그들의 목소리는 묵살됐지만 민주화를 이룬 오늘날, 광주 시민의 희생은 노래 가사처럼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기자는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국민 모두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권력의 잘잘못이든 따지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되므로 국민 모두의 소유이고 공공의 복리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KBS·MBC 본부는 9월 초부터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이는 경영진의 부당한 인사 조치와 제작 자율성 침해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그동안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영방송의 경영진은 부패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했습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선별해 전보조치 하거나 퇴출시키기도 했죠. 시사 문제를 다루던 방송프로그램은 결방하거나 폐지했습니다. 낮은 시청률이 폐지의 명목이었지만 정권에 부담된다는 사실이 프로그램 폐지의 실질적인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행태는 사회 소통망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순응하는 방송체제를 만들어 ‘언론 적폐’를 쌓고 말았죠. 그들이 ‘권력의 나팔수’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상 대중은 그들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는 아나운서들에게 언론인의 역할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지난 8월 22일 MBC 아나운서들의 기자회견에서 이재은 아나운서가 눈물을 머금고 했던 말입니다. 이제 그들은 공정한 비판이 살아있는 공영방송을 위해 일어납니다. 공영방송 본래 의미인 ‘국민이 주인인 방송’을 재건하고자 합니다.
 
  물론 공영방송이 잃어버린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들의 의견이 처참히 묵살될 수도 있습니다. 외려 해고와 같은 후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자존심과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항거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합니다. 공영방송 본래의 자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우리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처럼.
 
김강혁
기획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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