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는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최근 소통에 관한 수많은 도서들이 출판되고 중앙대를 포함한 많은 대학들에도 소통을 주제로 한 강의들이 개설되는 등 사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나 또한 학교에서 소통을 주제로 한 <창의와소통>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발표와 토론 등의 소통 방법만을 경험했을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오고가는 진정한 소통은 배울 수도, 경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강의를 듣고 난 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소통 관련 콘텐츠들이 과연 얼마나 실제 소통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렇다면 소통 부재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이유를 분석하고자 노력하던 중 문득 최근에 본 영화 <플립(Flipped)>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주인공 줄리와 브라이스의 첫 만남 장면인데, 브라이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줄리와 그런 줄리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한 브라이스에게 같은 장면이 서로 다르게 기억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의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매 순간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왜곡된 기억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오해가 소통의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소통 부재의 큰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첫 만남 장면이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줄리 아버지의 대사다.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 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풍경과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체를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소통을 위한 콘텐츠의 생산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전체인 마음을 보고자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사실 이는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이상적인 해결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때론 현실적인 해결책보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우정, 의리 등이 그렇듯 소통 또한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분석할 수 없는 마음이 통해야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마법 같다. 그래서 바깥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 마음 속을 찬찬히 잘 들여다보았을 때 의외로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것이 영화 <플립>의 제목처럼 무언가를 홱 뒤집는 신기하고도 위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지 않을까.

이보미 학생
영어영문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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