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은 격랑 속에서 한 돌을 맞았다. 격랑은 강대국과 약소국이 이루는 약육강식의 악다구니 속에서 필연적이었다. 반도는 둘로 쪼개졌다. 1948년 8월 15일 남(南)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같은 해 9월 9일 북(北)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됐다. 중대신문은 그 악다구니의 한복판에서 9월 1일 만 한 살이 됐다. 최초의 대학신문이 맞은 1주년 풍경은 어수선했다.

  중대신문이 70돌을 맞았다. 격랑 속에서 살아남아 최고(最古)의 학보로 그 위용이 당당하다.

  역사뿐 아니라 ‘최초의 주 2회 발행’ ‘최초의 공식방북취재’ ‘최초의 연재기획 모음집 출판’ ‘국내주요언론 최초 순 한글판 가로쓰기 편집체제 도입’ 등 빛나는 도전과 성취를 자랑한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직도 여러 번 수행해 다른 학보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동시대 다른 학보사의 일원으로서 중대신문의 전통과 역량은 탐난다.

  다만 최초의 대학언론이 맞은 70주년 풍경 역시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약소국의 운명은 버려지지 않는 이름처럼 끝끝내 유효한 듯싶다. 강대국들과 이루는 거대한 약육강식의 구도 속에서, 진보와 보수와 이 지역과 저 지역과 1번과 2번과 3번이 만들어 내는 악다구니가 유구하게 지속되고 있다.

  어수선함 속에서 대학사회는 암담하다. 대학생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경험의 총량들이 취업이라는 소실점을 향해 맥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청년’이라는 이름은 ‘취업준비’라는 이름에 가려 빛이 바랜 듯하다. 밥벌이의 존엄함을 모르지 않지만, 취업난으로 밥벌이가 절박해진 대학생들에게 도전과 진취를 요구하기란 눈물겹다.

  중대신문은 오늘의 풍경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대학사회, 나아가 한국사회에 드러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최초와 최고를 겸하는 의미에서 중대신문은 대학언론의 성숙한 맏형 격이다. 맏형으로서의 현실인식과 대응전략을 필자는 묻고 싶다. 효시의 방향성이란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중대신문은 오늘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격랑 속에서 돋아나 70년 역사를 피워낸 힘으로, 이 오활(迂闊)하고 난해한 질문에 답변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답변은 기사로 보여주리라 믿는다.
 
황병준
성대신문 편집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