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공동체 결집 공간
중앙광장, 이름 맞게 변화해야

이번 중대신문 제1900호 ‘클리셰 들여다보기’ 기획에서는 ‘이름의 의미’를 다뤘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지칭어의 역할을 넘어 다양한 뉘앙스와 평가를 내포합니다. 따라서 이름을 바꾸면 그 이름을 가진 대상에 대한 인식이 바뀝니다. 결국 개칭은 개인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15일 ‘중앙인 커뮤니티’에 한 투표가 공지됐습니다. 102관(영신관) 앞 잔디밭의 이름을 결정하는 대학본부의 공지였죠. 새로운 이름 후보는 중앙광장, CAU광장, LED광장, 100년광장 등 4개였습니다. 투표결과 ‘중앙광장’이 잔디밭의 이름으로 채택됐죠. 그러나 기자는 중앙광장이란 이름이 불편했습니다.

  광장의 사전적 의미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입니다. 광장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광장에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눕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방향성을 얻고 연대하게 되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되었던 촛불 집회를 통해서도 광장의 민주주의적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회를 통해 광장의 힘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죠. 광장이라는 이름에는 공동체 결집의 공간이라는 가치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광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영신관 앞 잔디밭은 학생 출입이 통제돼 있습니다. 잔디 보호라는 명목 아래 학생이 모이기는커녕 밟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죠. 축제와 같은 학교행사가 아니면 학생들에게는 대여도 잘 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공간에 광장이라는 이름은 걸맞지 않습니다. 공동체 결집의 가치가 담긴 광장이라는 이름으로는 출입이 통제된 잔디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름이 학생투표를 통해 결정됐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투표는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는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아무도 발 디딜 수 없는 공간에 ‘광장’이라는 민주적 이름을 붙인 거죠. 심지어 투표 후보 중 ‘광장’이 포함되지 않은 이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차라리 광장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지금의 잔디밭에 더 어울리는 이름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앞서 말했듯 개칭은 그 대상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김에 중앙광장도 이름의 의미를 따라 그 정체성이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앙광장은 개방돼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도 광장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광장의 의미에 맞게 중앙광장을 광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 언젠가 중앙광장이 진짜 ‘광장’이 되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거니는 날을 기대합니다. 

하혜진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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